[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완전히 '엉망진창'이다. 서로가 서로를 오해한 배우들은 화를 참지 못해 무대에서 제멋대로 행동한다. 대사와 동선은 꼬이고, 내러티브는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한다. 도대체 이 연극이 제대로 끝을 맺을 수 있을까 조바심이 든다. 그러나 객석 반응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과는 180도 딴판이다. 매 30초 미소와 폭소가 시간 차로 터진다. 다음달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노이즈 오프 Noises Off'(제작 ㈜적도) 이야기다. '쉿, 조용!' 이라는 뜻의 '노이즈 오프'는 '코펜하겐' '스파이즈'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희곡작가 마이클 프레인(Michael Frayn, 70)이 각본을 썼다. 1982년 영국에서 첫 공개되어 호평을 얻어냈으며, 국내에서는 2006년 안석환ㆍ양택조 주연으로 초연됐다. 극중극 '빈집 대소동'에 출연하는 배우와 스태프의 소동극 형식으로, 배우들의 의도된 실수가 웃음으로 연결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형이다.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치밀하게 의도된 엉망진창이다. '노이즈 오프'는 전체 3막 구성의 대작. 1막은 무대 앞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빈집 대소동'의 리허설 장면이다. 2막은 6미터 높이의 2층집 세트가 180도 뒤집혀서 관객들에게 백스테이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망의 3막에서는 다시 무대 전면의 공연 장면으로 돌아온다. 동일한 내용이 계속 반복된다고 해서 지루할 것이라고 여기면 철저히 오산이다. 단일 연극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러닝 타임 2시간 45분이 거짓말처럼 '휙' 흘러간다. 무대 앞 뒤로 오가며 벌어지는 같은 내용의 발랄한 변주와 이 과정에서 격화되는 상황을 통해 내러티브는 이내 하이라이트로 치닫는다. 6년 만에 돌아온 '노이즈 오프'의 세 번째 공연에는 TV와 영화, 무대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중견 배우들이 총 집결했다.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배우 백원길이 뮤지컬 '비밥'과 '점프'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아 빠른 템포의 무대를 선보인다. 장현성, 서현철, 황정민, 정의욱, 김광덕, 전배수, 김동곤, 안신우, 김나미 등 모든 출연진들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끝내준다. 각본과 캐릭터, 연기 등 '노이즈 오프'는 그 자체가 코미디 연극의 교과서다. '강추'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제공=㈜적도<ⓒ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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