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코스관리과 직원들은 분명히 말끔하게 코스를 정리하고 퇴근했습니다.새벽 이슬 밟으실 고객들을 위해 매일 저녁 디봇도 가다듬고, 벙커도 예쁘게 마무리합니다. 그러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침에 코스에 나가보니 벙커마다 온통 발자국이 가득합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자세히 보니 사람의 발자국은 아닌듯 합니다. 그럼 누가 그런거냐고요? 바로 우리 골프장에 살고 있는 고라니들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발자국의 주인이 참 궁금했습니다. 도무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7년이 넘도록 코스를 돌아다녔지만 그 주인과 마주친 건 단 세 차례뿐입니다. 저와 고객들보다 자기가 더 놀라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밤새 코스를 뛰어다녔다는 흔적을 발자국으로만 남기는 친구들입니다. 하도 오래 전에 만난 터라 겨울은 잘 보냈을까, 지금은 식구가 더 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고객들도 가끔씩은 물어봅니다. "이 발자국은 뭐지?". "고라니예요"라고 대답하면 이 섬에 고라니가 살고 있다는 자체가 참 놀랍다고 하십니다. 해가 뜨면 제 놀이터를 골퍼들에게 내어주고 해가 지면 다시 코스로 나와 신나게 뛰어노는 고라니들이 아무도 밟지 않은 벙커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코스의 밤손님 입니다.지금도 산 어딘가에 숨어있다 밤이 되기만을 기다릴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우리 골프장이 골퍼와 함께 고라니들에게도 넓은 놀이터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집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출과 함께 첫 티오프가 시작 됩니다. 오늘은 그 친구들을 볼 수 있을까요? 설레임이 가득 찬 마음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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