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거창했고 의도는 좋았었다. 소규모로 띄엄띄엄 개발되어 도시의 인프라를 무질서하게 만들어 버렸던 기존의 재개발 사업을 반성하며 '보다 광역적 재개발을 진행하고, 주민을 위한 기반시설을 대폭 늘리자'라는 두 가지가 서울시가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뉴타운의 주요 목적이었다. 2002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때 시에서 내걸었던 슬로건은 '강남북 균형발전'. 강남에 비하여 현저히 부족하고 불편한 공원,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의 균형을 맞추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균형은 사뭇 달랐다. 시장에서는 '땅값의 균형'이 우선이었다. 그동안 강남에 비해 한 탕(?)을 못 했던 강북 주민들에게 뉴타운은 돈 벌 기회였다. 실제로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의 땅값은 순식간에 2~3배 이상 오르는 게 예사였고 뉴타운 지구 지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강북 주민을 부자로 만들어 줄 막차 등으로 묘사되었다. 땅 소유자 중에는 현지 주민보다 외지인이 더 많았지만 어쨌든 지가는 올라갔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정치인도 가세했다. 2008년 총선 당시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가 28명에 이르렀다니 할 말 다한 셈이다. 몇 년 만에 뉴타운은 26개 지구 226개 구역으로 확장되었고 서울시내 재건축ㆍ재개발 구역은 전체 주거 지역의 20%에 달하게 되었다. 서울시민이 집 짓고 사는 땅의 5분의 1이 개발 열풍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랬던 뉴타운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고비로 사업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과다 지정과 함께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뉴타운의 발목을 잡았다.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상당수가 주민 반발과 재원 부족 등으로 추진을 못 하게 될 지경이 되었다. 수익성이 떨어진 뉴타운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일부 지구의 경우 빈집이 방치되거나 조합과 조합원 간에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제는 뭔가를 해야만 하는 시점에서 나온 서울시의 출구전략은 시기적으로 타당하다. 출구전략의 개요는 서울시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대상 1300개 구역 중 사업시행 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개 구역에 대해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사업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즉,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은 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출구를 찾겠다는 방침만 섰을 뿐 해결해야 할 문제가 가득하다. 우선 뉴타운 지정 해제 여부를 판별하는 주민 조사 대상과 기준, 자격 등이 모호하다. 해제 요건인 조합원 30%의 동의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 해제된다고 해도 지구 결정과 마찬가지로 공정성 논란이 나타날 수 있다. 뉴타운 구역이 해제되면 토지이용계획이 처음 설계했을 때와 달라져서 도시기반시설이 엇갈릴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뉴타운으로 가는 구역은 6차선 도로를 신설하면서, 인접한 해제 구역은 기존대로 2차선 도로를 둔다면 두 구역 간의 원활한 연결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밖에도 주택 수급 불균형, 거주권과 소유권의 대립 등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뉴타운 해제 시 발생하는 비용, 즉 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자치구도 중앙정부도 주민도 이 비용을 짊어지려 하지 않는 상황. 이를 해결하려는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 예상된다. 단독주택 허물고 다시 지을 때는 자기 돈으로 하지만 공동주택을 재건축할 때는 남의 돈으로 짓고 이득까지 보는 게 당연한 사회, 공원ㆍ학교ㆍ도로 같은 도시기반시설은 지자체가 설치하는 게 맞지만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주민이 기부 채납하는 게 의무인 나라, 주택을 살기 위한 곳이자 동시에 큰돈 벌어주는 대상으로 보는 게 당연시되어 온 이곳. 앞으로 출구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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