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 박태준 명예회장 영결식 조사[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 조사를 눈물을 흘리지 않고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17일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조사 낭독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이 바람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 회장은 조사를 읽던 도중 떨리는 목소리로 눈가에 맻힌 이슬을 쓸어냈다.“한국 근대화 역사가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할 박태준 명예회장님. 존경하고 사랑하고 벌써 그리워지는 우리 회장님. 북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다시 당신의 존함을 불러 본다”라고 시작한 조사를 시작한 그는 고인이 영면하는 현충원에 “당신께서 몽매에도 잊지 못하신 박정희 대통령의 이웃으로 오셨다”며 “응접실에도 사무실에도 그분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토록 그리워하신 박정희 대통령 곁으로 모시게 되어 그나마 저희에게는 조그만 위안이다”고 전했다.이어 “어쩌면 당신께서는 지금쯤 그분과 해후할 준비를 하실 것 같다”며 “오늘 저녁이든 내일 저녁이든 저승 가시는 여독이 풀리시거든, 마치 부산 군수사령부 시절의 어느 저녁과 같이, 두 분께서 다정하게 주막에 앉아 막걸리 잔을 나누시기를 두 손 모아 빌겠다. 32년 만에 재회하시니 쌓은 회포가 얼마나 크고 무겁겠는가?”라고 당부했다.정 회장은 “식민지, 해방, 분단, 전쟁, 폐허, 절대빈곤, 부정부패, 산업화와 민주화, 수평적 정권교체, 외환위기 극복 등으로 이어진 20세기 조국의 시련과 고난을 온몸으로 뚫고 나아간 당신의 삶은 늘 우리 시대의 구심점이었다”는 말로 고인을 기렸다.이어 “당신의 리더십은 강력했다. 그러나 그 근본은 통합과 사랑, 청렴과 헌신, 완벽과 합리였고 이는 당신을 영웅으로 만든 삶의 뿌리였다”고 강조했다.정 회장은 “탁월한 위업을 당신의 실존처럼 남겨놓으시고, 그것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후배들에게 맡겨놓으셨다”며 “부족하고 미숙한 저희로서는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으나 그 과제를 제대로 풀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당신의 유지를 받드는 것임을 명백히 알고 있다”고 전했다.그는 “저희는 당신께 배운 정신과 지혜와 용기를 간직하고 있다”며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로, 사심 없이,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이를 위해 정 회장은 박 명예회장에 대한 연구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 사람들은 인물의 업적만을 기억하는 습관이 있는데 잘못된 습관이다. 저희가 바로잡겠다”며 “‘당신의 무엇이 탁월한 위업을 성취하게 했는가?’ 이 질문을 통해 당신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으로 밝혀내서 우리 사회와 후세를 위한 무형의 공적 자산으로 환원할 것이며, 그 가운데 저희가 맞을 난제의 해법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정 회장은 “슬픔은 영일만과 광양만의 파도처럼 밀려드는데, 이 냉정한 회자정리의 강요 앞에서 저희의 심정을 형언할 수 없다”며 만해 한용운 시인의 시 ‘님의 침묵’중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대목을 읊으며 5분이 넘는 긴 시간의 조사를 마무리 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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