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조선일보가 최대주주인 CSTV와 중앙일보가 최대주주인 jTBC가 채널승인장을 교부받은 것을 시작으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걸음마가 시작되었다. 이후 MBC <황금어장>의 산파 여운혁 CP의 jTBC 이적은 종편을 이적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만들며 한 동안 방송가를 뒤흔들었다.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KBS <해피 선데이> ‘1박 2일’ 나영석 PD의 이적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MBC 임정아 PD, KBS 김시규 PD 등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예능 PD들이 종편으로 이적했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나 ‘1박 2일’ 이명한 PD는 종편 시대의 새로운 조커로 대두되고 있는 거대 케이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H3>드라마, 가장 안정적이고 새로운 경쟁 콘텐츠</H3>
상대적으로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은 드라마의 경우 노희경 작가(왼쪽)와 박찬홍 감독 등의 제작진을 영입해 준비중이다.
이러한 종편행 러시가 개국을 앞두고 새롭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종편의 필연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이적 행렬이 아니다. 그 이면에 있는 방송 시장 환경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탄생되는 콘텐츠가 시청자의 새로운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종편의 콘텐츠 중 그나마 가시화된 것이 주로 드라마라는 것은 종편이라는 돌멩이가 방송 시장이라는 호수에 일으킬, 지금은 그 크기를 단언하기 어려운 파문을 예측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편 드라마는 jTBC <빠담 빠담 - 그와 그녀의 이야기>(이하 <빠담 빠담>)와 <발효 가족>의 MI, CSTV <한반도>의 래몽래인, MBN <뱀파이어 아이돌>의 IHQ 등 모두 외주제작사에서 제작을 맡았다. 이는 이미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드라마 제작에 있어 외주제작사의 역할이 보편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금 종편으로 옮겨 가는 예능 PD의 경우처럼 방송사를 떠난 스타 드라마 PD들의 사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개국에 맞춰 내부 인력을 비롯한 제작 환경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한 종편도 드라마의 경우 외주제작사와 제작진을 통해 비교적 퀄리티가 검증된 콘텐츠를 납품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드라마라는 장르가 갖는 쉬운 접근성과 보편성에 더해 제작진의 이동에 있어 예능과 비교할 때 이른바 FA 시장이 먼저 형성된 경험으로 인한 연착륙이 종편 드라마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에도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3>3강 체제를 뒤흔드는 우주 돌멩이</H3>
정우성은 [빠담 빠담]의 출연을 확정했고, 박진희는 [황제를 위하여]를 고려중이다.
이는 <빠담 빠담>에 출연을 확정한 정우성, 한지민을 비롯하여 <한반도>의 캐스팅 물망에 오른 황정민, 한가인과 채널A <황제를 위하여>의 박진희 같은 스타 배우들이 종편 드라마를 선택하거나 고려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박 2일’에 하차 의사를 밝힌 강호동을 둘러 싼 일련의 사태에서 드러난 대중의 시선을 떠올려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강호동의 선택 이면에 종편행이라는 변수가 있다는 추측과 관련하여 확정 보도된 것이 없음에도 대중은 톱스타의 드라마 출연 소식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물론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의 종영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강호동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종편으로 인해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굳건했던 방송 환경에 균열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필연적인 혼란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jTBC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종편 채널은 채널 승인장 교부 이후 1년 이내로 명시된 개국 시기조차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그들이 보여줄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록 합리적인 과정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서였다 하더라도 종편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제작진이 지상파를 떠날 것이고, 더 많은 배우와 예능인들이 종편의 콘텐츠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라마의 외주 제작 시스템을 통해 절반의 실험이 이뤄졌듯 콘텐츠 제작이 기존 거대 방송사와 내부 인력 중심에서 외부 프로덕션과 프리랜서 플레이어로 확장되는 식의 변화가 수반될 수도 있다. 그래서 종편 시대의 포문을 여는 이들 드라마가 우리 방송의 새로운 미래를 가늠하는데 유의미한 방향키가 될 지 지켜보며 방영을 기다리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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