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폴마리츠 VM웨어 CEO'클라우드로 승부낸다'

폴 마리츠 VM웨어 CEO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폴 마리츠는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 재단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학교에 컴퓨팅 기술을 보급하는 사업으로 세계 빈곤 문제를 푸는 데 힘을 쏟고 있다.그러나 그의 본업은 소프트웨어 회사인 VM웨어의 최고경영자(CEO)이다. 그는 뼛속까지 경쟁심으로 똘똘뭉친 사람이지만 그의 겉모습이나 말씨가 하도 유순하고 온화해서 경쟁이 매우 치열한 정보기술(IT)산업계의 대표 기업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교수같다.그는 VM웨어를 클라우드 컴퓨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종합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죽으라고 일했고, 세계 4위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만들면서 경쟁자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한 장본인으로 정평나 있다. 그는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의 최강자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할 때 경쟁자들에게 고통의 쓴맛을 보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955년 오늘날 짐바브웨인 로디지아에서 태어난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1978년 영국 런던의 버러 코퍼레이션의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이어 1981년 실리콘밸리의 인텔로 이직해 5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일했다. 1986년 MS에 고용된 그는 2000년까지 14년 동안 일하면서 첨단 운영시스템 부문 부사장, 5명의 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 사장으로 승진했다. MS에서 그는 빌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다음의 ‘제3자’로 통했다고 한다.45세이던 2000년 1억4500만 달러의 거액을 쥐고 은퇴했던 그는 아프리카 잠비아 국립공원 옆에 땅을 사고 항공기 조종에 빠지는듯했다. 그러나 은퇴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버그’가 그를 물어뜯은 것이다. 마리츠는 2003년 전직 MS임원들과 함께 공동으로 클라우드컴튜팅 회사인 PI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이 회사는 2008년 EMG가 사들였다. VM웨어의 지분을 80% 소유한 EMG는 2008년 그를 VM CEO 로 임명했다. 마리츠는 지난 달 29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MS가 VM웨어에게 달려들어 고사시킬 것을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VM웨어이 기업 서버의 효율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인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적은 그것을 웅변한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유지, 전문 서비스 제공으로 2분기 매출은 9억2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37%나 증가했다. 미국내 매출이 35% 증가한 4억5000만 달러, 해외 매출이 38% 늘어난 4억7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해보다 28~31% 증가한 36억5000만 달러~37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MS는 VM웨어를 겨냥해 최근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나눠주고 있다. 과거 경쟁자들을 처부술 때 애용한 수법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마리츠는 자사의 효자상품(캐시 카우)에 대해 “우리를 영원히 지켜줄 수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MS와의 대결은 사생결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리츠가 MS타도 일변도로만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는 인텔에서는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업 문화 구축 기법을 배워 현재 VM웨어 경영에 도입해 자기가 부족한 자질은 다른 고위임원들이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또 MS에서는 경쟁이 뭔지를 제대로 배웠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는 가장 경쟁적인 사람”이라고 호평하고 “빌 게이츠는 신기술에 대한 열정과 그것에 대한 비전을 추종자들에게 심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마리츠는 경쟁신봉자이긴 하지만 ‘기술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잘 알고 있다. 평소 역사서를 애독한 결과다. 그는 “시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데 승자는 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거대한 라이벌 MS와 오라클을 앞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많은 추종자도 얻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마음약한 사람의 시대가 아니다”는 말로 역시 격렬한 경쟁이 벌어질 것임을 시사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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