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블로그]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 '유감'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에게 공사를 맡기는 '최저가 낙찰제'. 요즘 공공 공사 최저가 낙찰제 대상 확대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내년부터 입찰 대상을 예정가격 기준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정부와 확대 적용은 불가하다는 건설업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최저가 낙찰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 제도의 확대가 예산 절감 효과를 높이는 '보약'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그렇잖아도 어려운 건설업계의 숨통을 조일 '독약'될 것이라고 맞선다. 그런데 문제를 단순화하면 의외로 판단이 쉬워지는 경우가 많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설물을 건설할 때 미리 예정 가격을 정하고 입찰에 부친다. 건설업체들은 일감이 많지 않으니 서로 공사를 맡겠다고 한다. 낙찰가는 여지없이 떨어진다. 최근 최저가 입찰을 한 부산 북항대교와 동명 오거리를 잇는 공사 낙찰률(예정가 대비 낙찰가)이 64.6%였다. 예정가격이 100억원인 공사가 6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는 말이다. 정부는 싼값에 발주했으니 세금(예산)을 아꼈다고 자랑한다. 과연 그럴까? 업계에선 낙찰률이 80%를 넘겨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업체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공사를 따내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에다 공공 공사 물량마저 줄면서 일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간판을 내리지 않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기 위해서다.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실적을 쌓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받지 못해 다음 수주를 할 수 없다"며 "회사 문을 닫지 않으려면 적자를 봐도 자전거 페달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가 수주와 적자 시공이 늘면 원청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고스란히 하도급 전문업체와 납품 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또 공사 품질 저하와 결함 보수비용 확대 등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로 당장 예산을 줄일지 몰라도 부실 공사에 따른 하자보수 비용과 설계 변경 등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 등을 따지면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얘기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소·지방 건설업체 몫이었던 소규모 공사에 대형·중견업체들이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중소·지방 건설사들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동반성장을 강조해온 현 정부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건설업계와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철현 기자 cho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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