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노부부 2명이 전세 낸 사연은?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30여년 전인 1977년 1월 11일. 시골에서 노부부 한 쌍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볼거리 많다는 삼성에버랜드(옛 용인자연농원)를 구경하기 위해 동장군을 견뎌보기로 했다. 기차와 버스를 수 차례 번갈아 타는 수고스러움 끝에 결국 에버랜드 정문에 무거운 발걸음을 내려놨다.그런데 노부부를 본 에버랜드 직원들의 표정이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경악’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종의 ‘감동’이 오버랩되는 묘한 표정이었다.이 날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는 유독 맹추위가 불어닥친데다 폭설까지 쏟아져 관람객이 단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당연히, 에버랜드는 닫았던 정문을 기꺼이 활짝 열어젖히고 이들 노부부를 맞이했다. 워낙 추웠던 탓에 안전상의 문제로 놀이시설은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지만 노부부들은 말로만 듣던 에버랜드를 통째로 전세내 둘러보는 호사를 누렸다.삼성에버랜드의 서비스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구전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단 1명의 고객만 오더라도 개장해야 하는 테마파크 운영에 대한 일종의 ‘아픔과 애로’가 서려있다.

용인자연농원 개장 신문광고

최근 연일 최장 장마 기록이 경신되면서 에버랜드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학교가 방학시즌에 돌입하면서 에버랜드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야 하는데 지난 6월 22일 시작된 장마가 지난 13일까지 무려 17일동안 이어졌다. 강수량도 700mm 이상으로 평년 간은 기간의 4배에 달한다. 에버랜드 고위관계자는 “비나 눈이 온다고 해서, 손님이 적다고 해서 수 백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쉴 수 없다”며 “고정비는 꾸준히 들어가는데 수입이 줄어드니 당연히 경영상 애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다른 에버랜드 관계자는 “비가 오면 오히려 고객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시설점검과 동물들의 건강관리 등에 더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에버랜드 직원들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동물원과 롤러코스터 시설 및 워터파크인 캐리비안베이까지 결합된 복합테마파크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유난히 높아 경영진에 위로가 되고 있다.에버랜드 관계자는 “한 장소에서 세계 희귀동물을 관람하고 각종 롤러코스터와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손님 수와 관계없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여기서 보람과 긍지를 찾는다고 답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한편 삼성에버랜드가 최근 세계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가 발표한 ‘2010년 세계 테마파크 순위’에서 지난해 입장객 688만명으로 집계돼 10위에 올랐으며 이는 2006년 이후 5년째다.또 디즈니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계열의 테마파크를 제외한 해당 국가 토종 브랜드로는 에버랜드가 최고 순위를 오른 것이기도 하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박성호 기자 vicman1203@ⓒ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