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국민연금을 통한 대기업의 경영권 개입 필요성을 언급하자 전경련을 필두로 경제계는 '연금 사회주의'니 '대기업 길들이기'니 하면서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이익공유제를 주장하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곳이 전국경제인연합회였을 정도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특히 친대기업 프렌들리 정부임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 침체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기업의 투자확대를 통한 성장과 고용창출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였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고유 업종을 폐지했다. 또 환율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였으며 법인세까지 인하하면서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노력해왔다. 그래서인지 3년여가 지난 지금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는 심화되었다. 특히 2010년 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 55개사)의 평균 매출액은 22조6000억원으로 2009년보다 17.7%, 당기순이익은 1조4900억원으로 무려 60.2%나 각각 급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매출액이 34조4000억원이나 늘었으며, 삼성의 순이익은 21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고용은 창출되지 않고 있으며 투자도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의 판단은 옳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이윤창출이 제일의 목적이지 사회적 책임이나 공익이 우선이 아니다. 정부가 원한다고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업은 기업 스스로 기업활동을 결정할 뿐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목표와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동일하지 않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업은 기업 자체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그래서 정치권력과 대기업권력은 상반되는 목표를 지향하는 두 개의 커다란 권력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이 두 권력이 상호 다른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공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로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정경유착이라고 한다. 정치권력이 공공의 목표보다는 정치권력 자체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경제권력과 유착하여 서로의 사사로운 이익을 각각 얻어내려 하기도 한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두 권력의 사사로운 이익에 매몰되어 있을 때 사회 전체는 엄청난 대가를 국민의 이름으로 치러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명백해진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정부가 지원해 주면 국가경제의 공공성 증진을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다. 대기업은 국가니 국민이니 하는 공공성보다는 기업 자체의 이익 창출과 생존에 더 관심이 있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는 사실을 현 정치권력은 간과했다. 경제권력에 대한 이해가 낮았거나 아니면 최고지도자나 정책입안자의 판단 착오에 다름 아니다. 현 정부가 이제야 이를 조금 깨달은 것 같으나 아무런 전략적 접근 없이 원론적 주장만으로는 국민연금을 통한 대기업의 경영권 개입이든 이익공유제든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치권력의 주장을 경제권력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현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부자보다는 서민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일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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