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평소에 즐겨 쓰는 표현 가운데 '백공일과(百功一過)'라는 말이 있다. 확실한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그동안 잘했던 것들이 모두 무효가 된다는 의미에서 사용해왔다. 이석현 의원이 제기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이 대표적인 '과'에 해당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다음 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의 '검증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하다.이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울대 법대 후보들로부터 받은 제보"라며 "정원이 150명인 서울대 로스쿨이 보결로 2명을 추가 합격시켰는데 순번이 1, 2번이 아니라 1번과 7번으로, 7번이 안 대표의 둘째 아들"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이 의원의 폭로는 반나절도 못가 사실 무근으로 판명됐다. 서울대는 해명자료를 통해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안 대표 차남은 서울대 법학부를 졸업했으며, 일반전형의 예비합격자 순위 2번"이라고 밝혔다. 최초 합격자 발표 이후 5명이 등록하지 않았고, 이 가운데 법대와 비법대 서울대 출신이 3명, 타교 출신 2명이 추가로 합격했다는 것이다.여기에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서울대 해명에 힘을 실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조 교수는 "안 대표가 밉더라도 '팩트'(사실)는 팩트"라며 "이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사실 확인의 문제"라고 민주당의 '묻지마 폭로'를 비판했다.조 교수의 글이 보도되면서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안 대표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자식까지 욕보이는 정치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다"면서 "모든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박 원내대표와 이 의원에 대해 형사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14일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며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잘못된 폭로로 당 소속 의원들이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게 제기하는 의혹마저 싸잡아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마저 상임위(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보를 넘기고 사실 확인을 거쳐서 발표하라고 했는데, 이 의원이 정치 욕심 때문인지 너무 앞서 나갔다"고 비판했다.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문이 일자 14일 "스스로 조사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공개석상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안 대표와 가족, 서울대 로스쿨 측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하지만 이 의원이 '헛방'은 새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를 이끌며 정국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조국 교수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보적 정책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싸워야 하지만, 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격'을 잃어서도 안 된다"면서 "대중은 열렬하지만 냉정하며, 또한 공정을 원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김달중 기자 d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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