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지노로 출근한 도박 공무원

[아시아경제 ]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공직자 200여명이 강원랜드에 드나들며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은 상습 도박을 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사, 경찰 등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보급 공무원도 끼어 있다고 한다. 적발된 일부 당사자들은 휴가기간 등을 이용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갔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조사를 더 해야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봐도 공직사회의 기강에 큰 문제가 있다. 물론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강원랜드에 드나들었다고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발된 공무원들의 카지노 방문 횟수를 보면 단순 오락 차원을 벗어난다. 조사 대상자들은 모두 최근 3년간 60차례 이상 드나들었다. 단순 계산해 1년에 최소 20차례, 즉 한 달에 두 번 정도 출입한 셈이다. 도박중독이 아니라면 왕복 몇 시간씩 걸리는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를 이렇게 자주 찾기는 힘들 것이다. 더욱이 한 공무원은 180차례나 출입해 '출근하다시피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공무원들이 이처럼 자주 카지노를 찾을 동안 정부와 공기관은 무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들이 자리를 비워도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단 말인가. 또 당사자들이 수년간 카지노를 들락거렸는데도 해당 기관은 몰랐다가 뒤늦게 감사원에 적발됐다면 문제다. 아니면 미리 알고도 덮으려고 쉬쉬했는지 기관의 책임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카지노 게임에서 돈을 벌기 보다는 잃기 쉽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적발된 공무원들이 도박에 빠져 있었다면 적지 않은 돈을 잃었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의 한 현장 간부는 강원랜드에서 도박에 거는 베팅 금액의 1%를 적립해 주는 이른바 '콤프'가 1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를 역산하면 판돈이 1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도박으로 날린 돈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뇌물 등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돈일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아니면 잃은 돈을 벌충하려고 민원인에 손을 벌렸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 공직자들이 쓴 판돈의 출처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정부는 일선 공직자들의 근무기강을 부패 척결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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