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은이가 스스로 들려주는 카이스트 합격기
확실한 진로 계획과 자기 주도 학습 능력으로 올해 카이스트 학교장추천전형에 합격한 경기 양곡고 조희은 학생
카이스트 입학사정관 전형을 벗긴다-4편희은이가 스스로 들려주는 카이스트 합격기[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카이스트(KAIST)에 합격한 경기도 김포 양곡고등학교 3학년 조희은 학생은 확실한 전공ㆍ진로 설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희은이였지만 카이스트를 바라보기에는 좀 벅찼던 것이 사실. 희은이의 학교는 한 번도 카이스트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 했던 면 지역의 종합고등학교일 뿐이었다. 하지만 희은이는 유전공학에 대한 열정으로 카이스트 합격증을 받아냈다.양곡고에 찾아왔던 카이스트의 입학사정관은 불쑥 물었다. "10년 후, 20년 후 그리고 50년 후의 네 모습은 어떨 것 같니?" 희은이가 대답했다. "10년 후에는 돋보이는 연구 성과를 낸 신진 학자로 선정돼 미국 MIT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을 거예요. 20년 후에는 이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 카이스트에 연구실을 가진 학자일 테구요. 50년후에는, 70세까지도 여전히 학자 본연의 자세를 지키고 있는 원로 과학자가 돼 있을 거예요."희은이의 합격 비결은 이처럼 당차고 확실한 '미래 목표'에 있었다. 지난 16일 만나본 희은이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에 차 있었다. 학교를 방문한 입학사정관이 불쑥 던진 물음에 저렇게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 희은이를 만났던 오영석 입학사정관은 이 점 때문에 당시의 희은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보통 고 3 아이들은 50년 후를 물으면 대부분 '은퇴'를 얘기한다"면서 "확신에 찬 장래 계획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희은이가 유전공학을 공부하고 싶어진 계기는 역시 책이었다. 희은이는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뉴턴 하이라이트에 '느낌이 꽂혔다'"고 말했다. DNA에 대한 설명이 정말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꿈은 이때 정해졌다. 희은이는 "원래 의사가 꿈이었지만 유전공학을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유전공학에 대한 희은이의 관심은 학창시절 내내 이어졌다. 사진을 찍으러 함께 찾은 도서관에서 희은이는 "이 책은 참 재밌었는데, 이 책은 좀 어려웠어요"라며 연신 책을 집어들었다. 모두 유전자(DNA)나 유전공학과 관련된 책들이었다.물론, 희은이가 이런 진로 목표만으로 카이스트에 합격한 것은 아니다. 희은이 역시 '자기주도 학습'의 전형을 보여준다. 희은이는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됐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거의 매주 정성이 담긴 '사랑의 편지'를 써주시던 아버지는 '공부하라'는 말을 하신 적이 없었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희은이는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다. 혼자서 길을 찾아 공부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1학년 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새벽 3~ 4시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정작 수업을 들을 때는 졸려서 뒤에 서서 수업을 들어야 했던 '미련한 짓'이었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만큼은 누구보다 대단했던 증거 아니냐며 희은이는 웃었다. 성적이 어땠냐는 물음에 희은이는 "1등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같은 학년의 학생 수는 150명 가량이다.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지열 담임 선생님은 "수학ㆍ과학 성적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다른 과목의 성적도 우리 학교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희은이에게 합격하리라고 생각했었냐고 물었다. 희은이는 "경쟁률이 6대1 정도였는데 떨어질 줄 알고 수능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스펙이 많이 떨어져 기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다시 물었다. 합격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희은이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면서 "나를 뽑아주신 이유가 있을테니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카이스트 입학 전형의 마지막 단계인 심층 면접. 희은이를 앞에 두고 3명의 교수들이 마지막 자기광고 시간을 줬다. 희은이가 입을 열었다. 아주 당찼다. "저를 다 못 보여드린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카이스트에 입학한다면 저와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유전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도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어여쁜 학생이었다.김도형 기자 kuerte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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