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영화열전⑥]'그랑프리' 김태희, 연기논란 잠재우고 흥행퀸 '찜'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자타공인 국가대표 미녀, 내로라하는 당대 최고 남자 배우들과 연기,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비로소 떨쳐낸 연기력 논란. 하지만 그가 아직 얻지 못한 타이틀이 있다. 바로 '스크린 흥행퀸'이다.김태희가 '스크린 여왕' 삼세번 도전에 나섰다. 16일 개봉된 '그랑프리'를 통해 3년 만에 영화 팬들을 만나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영화 '그랑프리'는 경주 도중 사고로 말과 자신감까지 잃게 된 기수 주희(김태희 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내려갔다가 현지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우석(양동근 분)을 알게 된 뒤 다시 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다. 지난 2006년 '중천'과 2007년 '싸움'에서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낙담했던 김태희는 전작들에 비해 크게 힘을 뺀 작품으로 돌아왔다. 전작들이 혼란스러웠던 그의 20대와 궤를 같이 한다면 '그랑프리'는 어느덧 서른줄에 접어든 그의 편안해진 모습과 닮아있다. 김태희의 변화는 영화 초반부부터 눈에 확 들어온다. 레이스 도중 사고로 자신이 사랑하는 말 푸름이를 잃고 오열하던 김태희는 제주도로 가기 전 엄마(송옥숙 분)의 순대국 집을 들른다. 털털한 모습으로 순대국을 떠 먹으며 엄마의 타박에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모습이 우리가 알던 김태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몸에 잘 어울린다. 영화 내내 양동근의 실없는 농담과 뼈있는 조언을 주고받는 그의 연기는, 관객이 지금껏 기다렸던 김태희 모습이 바로 이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편안하고 노련해졌다.20대 김태희는 마치 수학 문제 풀듯이 대본과 지문 하나하나에 충실해 정직하게 연기했다면, '그랑프리'를 찍으며 서른을 맞이한 김태희는 지문 한두개 쯤은 쿨하게 무시하고 넘어가도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영리함을 보였다. 김태희는 최근 아시아경제신문 스포츠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연기력에 대한 심각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음을 고백했다. 계속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껴졌다."좌절 많이 했죠. 연기 생활 하면서 많은 좌절을 겪었던 것 같아요. 가장 컸던 적은 '아이리스' 방송 초반이었어요. 영화 '싸움' 이후 1년의 공백 뒤에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배우로서 가망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들었죠." 하지만 '아이리스' 후반부터 좋은 반응이 들렸고 연기할 때 힘을 빼는 법을 알게 됐다. 그리고 비로소 '그랑프리'를 통해 한층 진화되고 안정된 연기력을 펼쳐보일 수 있게 됐다. 물론 제주도 아름다운 풍광에 그림처럼 녹아든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는 것은 또하나의 보너스다. 영화 '그랑프리'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김태희에게 '흥행퀸'의 기분좋은 왕관을 씌워줄 수 있을 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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