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가비상 사태..파장은(종합)

폴란드 대통령

[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 폴란드가 국가 비상사태를 맞았다. 폴란드는 총리가 실질적인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의회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대내외 영향력이 작지 않은 데다 중앙은행 총재와 육군 참모총장 등 각계 고위 지도자가 이번 사고로 한꺼번에 사망,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경위는 = 카친스키 대통령을 태운 항공기가 추락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께. 사고 지점은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km 가량 떨어진 스몰렌스크 공항 부근이다.이날 카친스키 대통령은 이른바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로 향하던 길이었다. 카틴 숲 학살 사건이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비밀 경찰이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 숲에서 2만2000여 명의 폴란드인을 살해한 후 암매장한 사건이다.러시아와 폴란드 당국이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선 가운데 테러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사고 수습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한편 조종사 실수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제탑에서 짙은 안개가 짙다는 사실을 조종사에게 알리고 항공기를 벨라루스 민스크로 돌릴 것을 권고했으나 조종사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다는 것.외신은 사고 경위 조사 결과에 따라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가뜩이나 과거사의 앙금이 남은 카틴 숲 학살 사건이 이번 사고와 연계된 데다 러시아 측의 보안 소홀이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러시아가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정 파장은 = 소식을 전해들은 폴란드 국민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사고 후 1주일간 애도 주간을 선포했다. 또 이날 긴급 각의를 소집해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폴란드는 지난해 유럽연합(EU)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피한 국가다. 지난해 1.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 2.5~3.0%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유럽 주요국의 집값이 동반 추락한 가운데 폴란드는 17% 상승을 기록, 주택시장 역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인구 3800만의 폴란드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지도자의 자리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에는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외에 중앙은행 총재, 대통령 비서실장, 육군 참모총장, 외교부 차관, 의회 부대변인 등 유력 인사 88명이 탑승하고 있었다.폴란드 헌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하원의장이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느리슬라브 코모로브스키 의장이 신임 대통령 선출 전까지 국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파벨 그라스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2개월 이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헌법에 의거해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모로브스키 의장은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선거 일정을 공고해야 하며, 이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폴란드 총선은 10월로 예정돼 있었다. 지난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된 카친스키 대통령은 올 가을 총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각국 애도 = 주요 외신은 이날 초유의 사고를 긴급 타전했고, 소식을 전해들은 각국 정부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너무나 끔찍한 참사"라며 "충격에 빠진 폴란드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독일 외교부도 "비통함을 표현할 길이 없으며, 독일의 모든 국민이 깊이 애도한다"고 전했다.유럽에서도 각국 정상이 애도를 표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현대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카친스키 대통령의 사망 소식은 커다란 충격"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U 순번의장국인 스페인의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외무장관은 "폴란드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보내며, 망연자실한 폴란드 국민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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