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강신호 회장 '한국 살리는 과학기술에 정부 전폭지원 나서야'

국민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사회, 그 핵심을 관통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 어려운 질문에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관심과 칭찬'이라는 두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그리고 기업이든 정부든 또 국민이든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책임완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이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밑바탕은 바로 '과학기술의 힘'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그들에게 무엇보다 진심 어린 칭찬을 보내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남이 잘 되도록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줄 때 결국 자신도 잘 될 수 있다"는 소신을 강조하며 "진정한 리더십은 관심에서 나오고, 관심과 배려는 이 사회에 희망과 감동을 심어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본지 강현직 논설실장과의 일문일답.
강현직 논설실장(이하 강현직)-새해엔 경제가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경제 흐름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강신호 회장(이하 강신호)=미국 부동산 부실이 여전하다는 사실도 있고 두바이나 스페인, 그리스 등지의 경제 분위기를 고려하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젠가 회복이 된다 해도 그 속도는 완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내년 4.5% 성장을 이야기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브라질 등을 계속 주목해야 할 것 같고요. 기업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매년 신년사를 보면 모두들 '어렵다 어렵다' 하지요. 하지만 어렵지 않던 해가 있었나요. 날씨가 춥다 춥다 해서 더워지지 않듯, 기업들도 결국 계획했던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강현직-글로벌 위기에서도 한국 기업은 나름 선전하고 있단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저력이 있는 것일까요.강신호=지금 일본에서는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잘하나 연구를 시작했다 하더군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좋은 제품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일본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중국보다 품질 좋은 그런 경쟁력은 연구개발(R&D)의 성과물입니다. 우리의 과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죠. 아직 발표되지 않은 연구 성과들을 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물에 탄산가스를 넣어 광합성을 시키면 메탄올이 나온다는 연구를 한국과 미국이 같이 진행한 바 있는데, 이것이 성공한다면 우리 과학기술의 힘을 다시 한 번 과시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원자력 기술 수출도 마찬가지에요.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준 것을 우리는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묵묵히 일하는 과학 기술인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칭찬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현직-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많이 시행하지만 재계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보십니까. 강신호=기업이 생산을 못하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지요. 국가는 결국 기업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까요.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세금을 많이 내고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그것이 기업의 역할이죠. 국가는 세금을 아껴 제대로 사용해야 하고요. 정부는 되도록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기업을 지원하는 문제에 있어선 스스로 잘 해나가는 대기업보다는 잘 안 되는 분야,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지도가 잘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또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헬스케어 산업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여야 합니다.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가 늘어나 경기회복 및 고용확대가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해야겠습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회장과 강현직 아시아경제신문 논설실장이 서울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에서 만나 2010년 한국 경제를 전망하고, 기업가 정신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강현직-국가 성장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엔 지도자 특히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사회 리더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강신호=지도자는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관리자와 다른 점이죠. 관리자는 사람을 활용하지만 지도자는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또 진정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 마디 감동을 줘서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 '무관심은 죄악이다'는 것입니다. 관심은 곧 감사를 표시하는 방법이고요. 외국출장 갈 때 제 짐의 절반 이상은 선물이에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 사람이 잘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필요한 게 무엇일까' 항상 관심을 갖고 무엇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합니다. 바로 남에 대한 관심이에요.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죄악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야 나도 잘 되는 것입니다. 경쟁 기업이 잘 하면 칭찬해주고 나도 잘하려고 애쓰고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죠.  강현직-요즘 기업인들은 창업세대 기업인들에 비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단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강신호=그렇습니다. 결국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자기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도 잘 되도록 하는 즉 남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어야 합니다. 기업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종업원을 잘 먹여 살리는 일이죠. 회사가 망하면 모두 실업자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 다음 주주들에게 충분히 배당을 하고, 국가에 꼬박꼬박 세금을 잘 내는 것이 기업의 책임입니다.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활성화 하는 일도 뺄 수 없죠.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그러려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많이 내야 하는 거지요. 그렇게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칭찬받고 또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강현직-최근 우리 사회에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에서 국론 분열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세종시, 4대강 사업도 그렇고 올 6월에는 지방선거도 있습니다. 갈등 구조를 풀 해법은 없을까요.강신호=그런 문제들에는 정계와 재계로부터의 의견이 다양하지만 정부가 곧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4대강 문제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 나라다, 그래서 운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세종시 문제는 지금 정부가 잘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지역이 발전하도록 배려를 좀 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사회적 갈등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때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봅니다.  강현직-새해에는 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 등 외교적으로 상당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단결과 협력의 중요성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강신호=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위대한 성장입니다. 이를 성공리에 개최하면 한국은 국가 브랜드를 크게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 영향력도 향상될 것이고요. 아시아 국가들이 존경하고 본받으려고 하는 나라가 되도록 우리 국민이 잘 협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때 보여준 국민적 관심 이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글로벌 매너에 대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세련됨을 갖춰야겠습니다.  강현직-전 세계가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한 기후변화협약 등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강신호=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국민포럼 고문을 맡게 돼 1년 여간 활동하면서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온도 상승은 결국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지 모르는 무서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봄ㆍ가을이 거의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이제 친환경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대체 에너지 개발, 에너지효율성 증대 사업에 집중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키워야 합니다. 가장 훌륭한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습니다.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삼아 인력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입니다.  강현직-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저출산 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견을 말씀해 주신다면.강신호=저출산 추세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정부가 출산지원책을 더 내놓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한 때 심각한 출산율 하락을 겪던 유럽 나라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정책을 펴면서 이제는 우리보다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은 기업에게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자리가 창출돼야 소비가 이루어지고 기업의 수익이 생기는 것이지만 불황이 오면 사람을 줄여야 하는 게 또 기업의 생리입니다. 정부가 고용을 늘이기 위한 정책을 많이 쓰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일본을 보면 젊은이들의 근로의욕이 바닥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퍼지면 안 됩니다. 젊은이들이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의욕을 갖도록 교육하고 자극해줘야 합니다. 사람은 노동을 하고, 또 그 노동을 통해 남을 돕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현직-마지막으로 정의롭고 똑바로 서는 사회를 위해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강신호=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외환위기 때 가슴 아픈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 과정에 노력한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또 올해에는 국격을 한층 높일 수 있는 G-20 회의도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 중심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활발하게 소통하고 화합하는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겠죠. 훌륭한 의사를 '명의'라 하지 않습니까. 명의는 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병나기 전에 고치는 것입니다. 늘 건강을 미리미리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나 '남을 위함으로써 자신도 잘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정리=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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