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이슈] 우즈의 몰락 '지구촌 골프산업의 위기'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불륜스캔들'이 지구촌 골프산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14년간 고집했던 우즈의 '깨끗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즈는 지난달 27일 미국플로리다주 자택 근처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이후 아내 엘린 노르데그린과의 '부부싸움'과 그 토대가 된 '섹스스캔들'이 연거푸 보도되면서 불과 2주만에 만신창이가 됐다.우즈와 섹스를 했다는 여성만 벌써 11명이다. 포르노배우가 2명이나 되는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우즈의 첫여인으로 지목된 레이첼 우치텔은 우즈의 파티를 위한, 이른바 '공급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전해졌다. 우즈가 백인여자만 섭렵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인종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기회로 연일 '폭로전'을 펼치고 있고, 이제는 TV에서도 우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팬들은 우즈를 '골프황제'가 아니라 '밤의 황제'라고 조롱한다. 문제는 우즈의 몰락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이 열광하는 슈퍼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엄청나게 크다. '국민요정' 김연아의 등장으로 국내에서 피겨스케이팅이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때로는 일본의 이시카와 료처럼 언론이나 산업계가 앞장서 '영웅'을 만들기도 한다. 스타가 있어야 '흥행'이 되고, 관련산업까지 발전하기 때문이다. 우즈는 사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물론 전세계 골프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우즈가 등장하면서 PGA투어의 인기가 급성장했고, 오늘날 '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우즈의 메인스폰서인 나이키골프도 우즈와 함께 컸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동안 우즈의 독주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우즈가 있기에 오늘날 PGA투어가 존재한다"는 말에는 동의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우즈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하던 광고주들이 먼저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20초짜리 질레트 광고를 마지막으로 우즈의 광고가 방송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다. 기업들은 우즈의 '섹스스캔들'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제품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즈의 스폰서기업들은 아직 공식적인 결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펩시코가 '게토레이 타이거 포커스'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서서히 수순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우즈가 디자인한 시계로 재미를 봤던 태그호이어는 우즈 대신 러시아의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로 모델을 교체했다. 모든 골프용품이 우즈와 직결된 나이키골프는 최근의 불황에 우즈 여파까지 더해져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대 관건은 우즈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내년에 과연 투어에 등장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우즈의 결장은 곧 갤러리의 급감과 TV 시청률 저하 등 투어의 몰락을 의미한다. 올해 우즈가 출전한 대회의 TV 시청률은 6%를 넘는 반면 불참한 대회는 절반도 안되는 3% 이하로 뚝 떨어졌다. 우즈가 나오는 대회는 '메이저', 불참하는 대회는 '마이너'란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다른 프로스포츠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상 미국), 'F1(포뮬러원)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독일) 등이 각각의 분야에서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들이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의 은퇴와 함께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 지금도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우즈를 대체할 마당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넘버 2' 필 미켈슨(미국)이나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은 '지는 해'에 속하고, 앤서니 김(24ㆍ한국명 김하진)이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은 투어를 장악할 만큼의 카리스마나 상품성을 갖추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즈가 만약 투어에 나선다고 해도 예전만큼 팬들이 열광할지도 의문이다. 우즈의 몰락이 이래저래 세계골프게 전체를 흔들고 있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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