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가 조선업계를 강타하면서 선박 압류가 잇따르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선주들이 시일 안에 건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두 건의 대형 선박이 압류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은행과 채권자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새로운 선박 건조 비용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하는 선박회사의 경우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
지난주 스웨덴의 노르데아 은행은 "냉동선박업체인 이스트윈드로부터 압류했던 13척의 선박을 모나코의 해운재벌 새미 오퍼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내비어스 매리타임 홀딩스도 한국의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대형 벌크선 4척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내비어스는 선주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자 선박 4척을 압류한 상태였다.
이같은 선박 매각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로, 그만큼 은행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팀 코핀 M2M매니지먼트 선임 매니저는 "신용위기로 가뜩이나 돈줄이 마른 채권은행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라며 "선박 압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대형 조선업체들의 자금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는 선주들에 대해 은행들이 어떠한 조치를 내릴 지가 관심사로 부각돼 왔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은행들의 선박 강제 매각은 선박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대 선박 중개업체인 클락슨의 앤디 케이스 대표는 "이스트윈드나 내비어스의 사례와 같이 은행들이 이젠 선박을 압류하기도 전에 매각하고 있다"며 "지난 2007년, 선박업체들이 향후 해운업 호황을 노리고 주문했던 선박들이 나오게 되는 시점에는 선박 가압류 사태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은행들 역시 압류 상황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그들로서는 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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