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호그룹에 편입된 뒤 3년만에 다시 매각될 운명에 처했다.
대우건설은 건설업체들의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다. 쟁쟁한 경쟁 건설사들을 제치고 1위를 3년동안 유지한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의 식구로 거듭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매각'이라는 비운을 맞게 됐다. 업계 1위 건설업체가 주인을 잃고 헤매게 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고 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향배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덩치'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사를 현 시점에서 재해석할 때 어떻게든 '상황논리'로 정돈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내놓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그때의 지적들을 다시 곱씹게 된다.
금호그룹이 6조422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대우건설은 당시 13조원이던 금호그룹의 자산을 감안해볼 때 무리수였다. 자산의 절반을 거대기업 인수에 쓴 것이었는데 더욱이 투입된 자금의 절반이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의지한 것이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여러가지 옵션으로 투자금 회수의 길을 열어놓았고 풋옵션 등의 시한이 닥쳐오며 금호그룹은 처리방안에 전전긍긍했다.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가 전면에 부각되자 대우건설의 재매각 여부를 검토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채권단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재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당장 급한 현안이 된 유동성 위기가 금호측의 노력을 무력화시켰다. 한 M&A 전문가는 "사옥과 계열사를 팔았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가 더욱 급박해진 상황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매물로 내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처럼 우리나라 건설역사에 족적을 남긴 대형 기업의 M&A가 급조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한다. 시공능력 1위 건설사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인수를 하더라도 인수기업의 경영이 크게 부담되지 않으면서 대우건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보장할 그릇이 되는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지난해부터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 해소와 맞물려 적지않은 인재들을 외부로 내보냈다"면서 "이들이 다른 건설업체에서 활동하며 건설업계 전체의 수준을 제고하는 측면도 있겠으나 대우건설로서는 기업가치의 상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유동성 위기가 가져온 결과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롯데그룹은 물론 몇몇 그룹을 중심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곳이 많을 정도로 대우건설의 매력은 크고 건설업계 내 위상은 높다. 주인 없이 남겨져 있을 때도 시공실적이 좋았고 '푸르지오'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킬 정도로 능력이 뛰어났다.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어느 특정 기업이 인수할 것이란 예단은 하기 어렵다. 한켠에선 정부의 주요 수혜그룹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유력 기업인 대우건설의 성장을 바란다면 그렇게 몰아가는 것 자체가 다시한번 대우건설에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건설업체들이 위기에 몰렸고 그때 M&A가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인수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태반이었음을 상기해 대우건설의 M&A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