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봉하마을, 노 前대통령 검찰 소환되나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밝힌 '잔인한 4월'이 여의도 정가가 아닌 봉하마을로 정조준되고 있다. 소걸음으로 한걸음씩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을 접근하던 검찰 수사가 급격히 노 전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이 7일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시인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소환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노 前대통령 홈피에 '사과글 게재' =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28분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수억원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다"며 운을 뗀 뒤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 돈을 받은 것은)저의 집(권양숙 여사)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며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하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검찰 조사에 응할 것임을 내비쳤다. ◆노 前대통령 왜 사과했나? = 지금까지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이 왜 스스로 '고해성사'를 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1라운드'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고향 후배이자 고시 동기인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구속하는 등 주변 수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2라운드' 들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서 50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점차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로 좁혀 들자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박 회장에게서 수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의 경우 직접적으로 자신과 연관돼 있어 노 전 대통령이 특유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노 前대통령 검찰 소환되나? = 이에 대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글' 관련 조사 여부는 정 전 비서관 조사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사과글 게재 직후 "노 전 대통령의 사과글을 참고하겠다"며 "글에 대한 조사 여부는 정 전 비서관 조사 후에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시인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권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몰랐다면 권 여사와 정 전 비서관이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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