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5050억원 부풀려졌다'

최문순 의원 '저소득층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률 낮고 대상 숫자도 부정확'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 혜택을 확대 실시하면서 연간 5050억원의 감면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은 '허황된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1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정책을 통해 382만명의 수혜자가 연간 5050억원을 감면받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불가능한 목표"라고 밝혔다. 최문순 의원은 "연간 5050억원이라는 방통위의 추정치는 불가능한 전제들을 기반으로 한 엉터리 숫자"라며 "숫자 부풀리기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해 10월1일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중 일부만 혜택을 받던 통신비 감면 정책을 기초생활수급자 전체와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감면폭도 최대 50%까지로 상향 조정했다. 방통위는 이같은 요금 감면 혜택 확대로 382만명의 수혜자가 연간 5050억원을 감면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이동통신 요금 감면 효과가 5050억원에 달하려면 저소득층의 90%가 저소득층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저소득층 전체가 매월 통화료 3만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저소득층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률이 낮아 전체이동통신 가입률인 90%에 미치지 못한다"며 "또한 기존 수혜자 중 월 3만원 이상의 통신비를 지불하는 이용자가 24.5%인 사실에 비춰보면 수혜자 전체가 3만원 이상의 통화료를 사용할 것이라는 방통위의 전제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요금 감면을 받기 위한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정부 수치가 '엉터리'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통신 요금을 감면받으려면 읍·면·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 증명서를 발급받아,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과 함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1년 단위로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절차가 번거로워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저소득층이 많다는 것이 최 의원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확대실시 전(2008년 10월1일 전) 감면 대상이던 기초생활수급자 202만3840명 중 이동통신 3사에 가입해 이동통신요금 감면혜택을 받은 수급자가 전체 대상의 6%인 12만2416명에 불과했다. 최 의원은 또한 방통위가 발표한 저소득층의 숫자가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는 달리 각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중복인원이 많다"며 "개별법에서 규정하는 인원수를 산술적으로 더해 수혜자 수를 최대치로 계산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방통위가 대상자와 수혜자의 수, 그리고 감면금액까지 부풀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감면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을 확대 실시한 2008년 10월 이후 3개월간 성적을 보면, 방통위의 예상치인 382만명의 11%인 43만명만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감면금액도 월 52억원으로 방통위 예상치의 12.5%에 불과했다. 다만, 이 기간 수혜자 1인당 통신비 감면액은 월 1만5538원으로 감면 확대 실시 이전의 1만456원에 비해 48.6%가 늘어나는 등 일부 효과는 나타났다. 최 의원은 실질적인 감면 효과를 높이는 방안으로 ▲ 신청서류 및 신청절차 간소화, ▲ 이동통신대리점에서 저소득층 요금제 고지 의무화 ▲ 저소득층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홍보 활동 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수혜자의 수가 증가해 감면폭이 확대되면 이통사가 그 부담을 일반 사용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는 만큼 방통위는 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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