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류촨즈의 레노버 살리기

레노버에 류촨즈(柳傳志)가 돌아왔다. 중국 최대 PC업체 레노버가 11분기 만에 손실을 기록하는 등 위기에 봉착하자 창립자인 류촨즈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레노버는 지난 5일 판매량 감소 등으로 지난해 4·4분기에 9967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윌리엄 J 아멜리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은 레노버 회장직을 맡았던 양위안칭(楊元慶)이, 그리고 물러났던 류촨즈가 회장직에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레노버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5년 IBM의 컴퓨터 사업부를 인수한 후 처음이다. 레노버가 올해 1분기에도 손실이 예상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류촨즈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이에 대한 우려는 다 잊었을 지도 모른다. 레노버를 탄생시키고 세계 3위의 PC업체로 단숨에 키워낸 류촨즈는 중국 IT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류는 1968년 시안(西安) 군사전신공정학원을 졸업한 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국방과학위원회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돼 문화대혁명으로 후난(湖南)성의 해방농장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후 광둥(廣東)성 농장까지 전전하던 그는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1979년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로 발령 받으며 그의 꿈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1984년 더 큰 꿈을 위해 연구소 경비초소로 쓰이던 7평짜리 벽돌 건물에서 10명의 동료와 함께 현재 레노버의 전신인 롄샹(聯想)을 창업했다. 창업 초반에는 사기를 당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과학원의 IBM컴퓨터 500대를 사들이면서 컴퓨터 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양복을 빌려입고 IBM PC대리 판매상 회의에 참석했던 그는 20여년 뒤인 2005년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17억5000만달러의 거액으로 인수에 성공한 레노버는 단숨에 세계 3위로 뛰어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류는 "급변하는 IT시장에는 젊은 인재의 경영이 필요하다"면서 회장직을 양위안칭에게 넘기고 물러난다. 그렇게 떠났던 그는 레노버의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했다. 등판에 앞서 류는 "이번 복귀에는 성공만 있을 뿐 실패할 수 없다"며 3년내 레노버의 흑자전환을 약속했다. 그는 가장 먼저 브라질 최대 PC업체 인수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레노버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1위 PC업체인 포지티보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2주만에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포지티보 인수를 포기한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류 회장이 돌아온 후 다시 포지티보와 인수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노버가 인수가액을 높여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 16일 포지티보의 주가는 회사 수식이 거래된 이래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레노버의 포지티보 인수 재도전은 레노버가 이후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주력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류 회장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중국은 5, 6급 도시 그리고 농촌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PC제조업체에 매우 큰 발전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며 중국 시장 공략에 중점을 둘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또한 양위안칭 최고경영자(CEO)도 "시장 잠재력이나 소비자층을 감안할 때 레노보가 고속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은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이라며 "이머징마켓에서의 매출 확대를 위해 '새 성장엔진'의 인수합병 기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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