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MBC '러브하우스' 출연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도주해 공개 수배된 이은해 씨(31·여)가 20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했던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씨는 2002년 3월 MBC 예능프로그램 '러브하우스'에 장애를 가진 부모와 함께 출연했다. 러브하우스는 방송인 신동엽 씨가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의 집을 개조해주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다.
이씨는 해당 방송에서 "부모님의 휠체어를 보관하느라 제 방이 없다", "부모님과 방을 함께 쓰는데 제 잠버릇이 심해서 죄송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진행자들은 이씨를 향해 "참 대견하다"라며 칭찬했다.
집 개조 공사를 모두 마친 뒤에는 "부모님이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하고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면서 "저도 받은 만큼 나중에 크면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한편 인천지검 형사2부는 이날 살인 혐의로 이씨와 공범 조현수 씨(30)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내연관계로 알려진 이들은 2019년 6월 가평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두 사람은 같은 해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다. 또 3개월 뒤에는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A씨의 명의로 가입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씨는 남편이 사망하고 5개월 뒤 보험회사에 남편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보험회사는 심사 과정에서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사망한 뒤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2019년 10월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9개월 동안 이 씨와 조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현장검증을 3차례 했으며 관련자 30명가량을 조사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13일 처음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고, 다음날 이어질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뒤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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