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사컬처]연말연시 대리운전 모범 이용기②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시사컬처]연말연시 대리운전 모범 이용기②
AD

연말에 대리운전을 하며 만난 그는 무척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손님 중 가장 모범이라 할 만했다.


1) 자신이 출발할 장소를 나에게 문자로 미리 보내 주었다. "OO주차장 지상에 있는 하얀색 OO자동차입니다." 정확한 위치와 자신의 차종을 미리 알려준다면 금방 서로를 찾을 수 있다.


2) 만났을 때 나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줬다. "김민섭 기사님, 안녕하세요!" 앱의 기사 정보를 본 모양이었다. 기사님, 사장님, 선생님, 아저씨, 저기요, 여러 호칭이 있었으나 이름을 불러 준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3) 집의 정확한 주소와 함께 내비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내비게이션에서 우리집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거치대도 편히 사용하시고요." 주소가 OO동까지만 명시돼 있는 일이 많아 다시 물어야 한다. 내비나 거치대를 사용해도 될지를 알려준다면 서로 편하다.


여기까지가 지난 글에서 쓴 내용의 요약이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4) 팁에 대해 말했다. "기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직장 동료에게 현금을 줄 일이 있어서 지금 팁을 드릴 현금이 전혀 없네요. 뽑아두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아,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정해진 요금만 주시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건 주시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만으로도 많은 팁을 받은 것처럼 감사하다고, 편안히 집까지 모시겠다고 말씀드렸다. 정말로 몇만 원의 팁을 받은 것보다도, 당신의 노동을 존중한다고 하는 듯한 그의 태도가 더욱 고마웠다.


5) 가장 먼저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보님, 네 저 곧 들어가요. 곧 봐요." 여보님, 이라니. 애인에게 먼저 전화하고 집에 들어가기 불과 몇 분 전 "나 다 왔어." 하고 전화하는 게 고작인 사람들도 있는데. 애인-친구-직장, 이렇게 전화를 할 만큼 하고 마지막에 찾는 곳이 집인 사람들이 더 많은데, 그가 유일하게 전화한 대상은 자신의 아내였다.


6) 조용히 자기계발을 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해 룸미러로 살펴보니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수면, 유튜브 감상, 멍하니 있기, 여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데, 그는 그 짧은 시간에도 공부를 했다.


7) 자신이 주차하겠다고 말했다. "기사님, 입구에 세워주시면 제가 들어가서 주차하겠습니다." 종종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차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게 해 주려는 배려일 것이다. 사실 피크타임이라고 할 밤 시간의 몇 분은 그대로 돈이다. 나는 그에게 그러시면 안 된다고 그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고, 여전히 팁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는 그를 뒤로하고 나왔다.


다시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자신은 없다. 이 일을 수백 번 넘게 하면서 잘 이해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였으면서도 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하고 그를 위한 태도를 보내왔다. 그가 자꾸 생각나는 건 그런 어려운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운전은 대리를 맡겼을지라도 자신의 삶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주체적이었다. 몇만 원의 팁보다도 받기 어려운 한 사람의 격을 보았다.


AD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715:30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재명이네 마을'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두 사람을 강제로 퇴출했다. 현재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기폭제가 된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