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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에너지전쟁]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강자 '천연가스'

수정 2022.12.06 14:27입력 2022.12.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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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량 카타르 가치↑
월드컵 대형 행사서 외교·경제적 국제사회 중요한 일원 도약 계기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강자 '천연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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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경제를 뒤흔든 인플레이션과 지금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2022 카타르월드컵의 관계는 묘하게 40여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40여년 전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지나고 있었다. 당시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가였다. 1970년대는 전 세계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원유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반면 당시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의 산유량은 1970년쯤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결국 1차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1차 오일쇼크 이후에도 유가는 1980년대 초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높은 물가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가를 잡는 것이 인플레이션 완화의 선결 조건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1977년 12월 이란을 방문해 팔레비 국왕에게 원유 증산을 요청했다. 그러자 팔레비 왕은 유가 안정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자국 인권 문제에 간섭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카터 대통령은 인권 외교를 지향하며 각국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다. 그러나 이란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당시 팔레비 왕정은 비밀경찰조직 ‘사바크’를 운영하며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여러 차례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런데도 카터는 팔레비 국왕의 놀라운 지도력으로 이란이 ‘안정의 섬’이 됐다며, 그 지도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이 외교적 수사의 모순만큼 원유 시장에서 이란의 협조가 절실했다. 당시 이란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거대 산유국이었다.


1977년 카터의 이란 방문은 데자뷔라고 할 만큼 올해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과 닮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의 인권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사우디 왕실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자 태도를 바꿨다. 본인이 ‘왕따’ 만들겠다던 사우디를 방문해 어색한 주먹 인사를 나누며 원유 증산을 요청한 것이다.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강자 '천연가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이처럼 인권과 에너지의 함수는 반복돼 온 기출문제였다. 이 문제는 지금 카타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지적과 여성과 소수자를 차별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카타르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러한 비판이 위선적이며, 북한에서도 월드컵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비판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FIFA 회장뿐 아니라 세계 지도자들이 침묵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한국이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도 카타르다. 작년부터 천연가스 가격은 고공 행진 중이고 카타르 천연가스의 전략적 가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미국은 카타르를 주요 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며 전략적 동맹관계를 강화했다. 유럽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카타르와 협력이 절실하다. 천연가스 공급망에서 카타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월드컵이라는 대형 행사는 카타르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4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석유·가스가 외교와 경제를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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