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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복지국가의 새로운 과제가 된 생활고 비극

수정 2022.12.05 12:00입력 2022.1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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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복지국가의 새로운 과제가 된 생활고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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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65세 어머니와 36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였다. 모친은 퇴직공무원으로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을 수령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료가 5개월 치 밀렸고 각종 공과금과 건강보험료, 금융채무 상환 등도 장기간 연체됐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생활고로 인한 자살을 막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극빈층과 고령자에서 주로 보였던 자살자가 주거와 근로, 소득 등이 어느 정도 있는 가정으로 확산하고 있다.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은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과 백학영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간된 비판사회정책 72호에 ‘생활고 자살 사망자 특성과 기본 생활보장 경험 연구‘라는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발견된 자살 사망자 2만3589명을 대상으로 중앙심리부검센터(보건복지부)에서 전수 조사한 자료를 활용했다. 연구결과, 2013~2017년 자살 사망자 중 경제적 문제가 있는 경우는 9467명으로 전체의 약 40%였다. 경제적 문제가 확인되고, 주된 자살 사망 원인이 경제적 문제인 경우는 전체적으로 19% 정도였다. 자살자 10명 중 4명이 경제적 문제를 겪었고 10명 중 2명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다.


경제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평균 연령대가 40대로, 경제문제가 없는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고, 근로활동을 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직업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실직문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나 갑작스러운 소득감소, 지속적 빈곤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특히 10명 중 8명은 전 생애 과정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차상위계층 지원제도 등을 통한 기본생활보장 경험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활고를 겪는 등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생활의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정 발굴하는 일부터 이들을 행정, 재정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여기서 복지사각지대 대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전담 공무원 수는 2019년 9548명, 2021년 1만 181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관리하는 위기가구는 63만 3075가구에서 133만 9909가구로 늘었다. 위기가구는 2배 이상 늘었는데 공무원수는 24%증가하는데 그쳤다.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하는 위기가구가 평균 113가구, 300가구 이상도 있다고 한다. 이들 공무원은 한해 4,5천건 이상을 민원인으로부터 폭언, 폭행을 당하고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의 논쟁을 떠나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100조가 넘는 복지예산 등을 감안하면 모녀, 부자, 일가족 등이 경제적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복지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이자 새로운 과제다.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살자에 대한 심리부검, 연구 등을 통해 생활고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제는 가난과 가난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나라님이 구제해야할 과제가 됐다. 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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