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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하루 36.6명 자살…'삶의 패러다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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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대 사망 원인 1위 '자살'
경쟁 부추기는 사회 이제는 변화할 때

지난해 우리나라 총 사망자 수는 31만7680명으로, 사망 원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粗)사망률은 618.9명으로, 1984년(585.2명) 이래 가장 높았다. 사망자의 90% 이상은 암이나 심장 질환, 폐렴, 패혈증 등 질병이 사인이었다.


문제는 질병 이외의 외부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경우다. 대표적인 게 고의적 자해(자살)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총 1만3352명으로 1년 전보다 157명(1.2%) 늘었다. 하루 평균 870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36.6명은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5대 사인에 속한다.


국제사회와 비교해 우리나라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는 이유에서 붙은 ‘자살 공화국’ 불명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독보적 1등은 우리 몫이었다. 통계청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구로 연령 구조 차이를 뺀 표준화 사망률을 자체 계산했더니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3.6명으로, OECD 평균(11.1명)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 수치가 20명을 넘는 나라는 리투아니아(20.3명·2020년)와 우리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세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현상이 점점 짙어지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 1순위가 ‘자살’인 세대는 다름아닌 10~30대다. 40~50대는 사인 1순위가 암, 2순위가 자살이다.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연령대인 10~19세의 자살로 인한 사망 비중은 전체의 44%에 달했다. 20~29세는 57%, 30~39세는 41% 수준으로, 자살이 다른 사인을 압도했다. 지난해에도 10대(10.1%)와 20대(8.5%) 자살률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2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청소년(9~24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20년(11.1명)부터 두 자릿수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초동시각]하루 36.6명 자살…'삶의 패러다임' 바꾸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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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꽃 한 번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삶을 등진 젊은 세대의 자살 동기다. 통계적으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많다고 한다. 경제적이나 육체적인 원인보다는 돌봄과 치유로 극단적 선택을 막을 여지가 있음에도 자살률은 높아만 간다. 일본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살 예방을 돕는 것은 정책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만하나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나라 대표 교육학자인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에게 ‘어떤 방향성을 설정해야 미래 세대에게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가’를 물었더니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1995년 대기업을 관두고 설립한 푸른나무재단의 8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총장은 "우리 사회 전체가 경쟁과 분노가 가득한 마이크로어그레이션(microaggression)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사회 공동체 붕괴를 막기 위해 그가 강조한 패러다임 전환 인식에 공감하는 바다.



"아이든, 어른이든 오로지 공부와 돈을 목표로 경주마처럼 경쟁만 하는 것을 멈추고 쉼표를 찍어야 할 때입니다. 물질적 성공이 사회적 성공이라는 공식의 틀을 깨고 사회적으로도, 스스로도 인식을 전환해야만 합니다.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방향입니다." / 경제부 김혜원 차장 kimhye@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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