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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 여성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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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 여성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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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지난 30년간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니고 한 달 이상 강의를 못하는 건 상상도 안 해본 일이다. 그런데 2020년 1월 22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강의가 싹 사라졌다.


나 혼자였다면 한두 달 공백쯤은 휴가로 여겼을 테지만, 책임져야 할 직원들이 있었다. 실직과 무직의 공포를 느끼는 데는 고작 1개월이면 충분했다.


나는 오프라인에선 유능하지만 디지털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너른 공간에 500명, 1000명 청중과 강의하는 것이 익숙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에 유능해지지 않고는 내 업을 계속 이어갈 수가 없게 됐다. 그때부터 매일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뭐라도 단서를 찾기 위해 짧은 기사까지 꼼꼼하게 훑었다. 그 결과 손에 쥔 단어가 ‘디지털’과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식당이 홀 서빙 대신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받아 배달하고 직장인들이 출퇴근 대신 화상 통화로 회의하듯, 나 역시 디지털 세상에서 강의로 돈 버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때마침 초중고교와 대학이 비대면 교육을 시행하면서 ‘온라인 강의도 유료’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자신감이 생긴 나는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고 싶은 3050 여성들을 모아 온라인 지식교육 플랫폼 ‘MKYU(MK&You University)’를 오픈했다. 그리고 처음 올린 강의 주제가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각계 전문가를 모셔와 16강에 걸쳐 모르는 것을 묻고 새로운 것을 배웠다. 그때 내가 내민 손을 잡고 함께 디지털 세상을 공부한 사람이 5000명이 넘는다.


공부하면 할수록 머릿속에 빨간불이 깜빡였다. 세상이 디지털로 바뀌는 속도와 사람들이 디지털에 익숙해지는 속도 차가 너무 가파르게 벌어졌다.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급격히 늘었지만, 정작 빅테크가 주도하는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잘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빈부의 격차로 이어질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답이 ‘디지털튜터’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를 높여주는 직업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나를 증명하고, 의식주를 거래하고,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새로운 소셜 티처다.


지난 1년 반 동안 MKYU의 디지털튜터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 2만명이 넘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도 3000명에 이른다. 디지털튜터들은 마트 문화센터에서 중장년 세대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고, 식당 사장님들에게 배달 앱으로 매출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온라인 단골고객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처럼 세상이 빠르게 바뀔 때는 사회의 빈틈을 메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여주는 소셜 티처의 역할은 여성들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실제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디지털튜터 대다수가 3050 여성들이다. 이들은 매달 적게는 60만~7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 버는 이들도 상당수다. 결코 적지 않은 소득이다.


무엇보다 자기 일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이 드높다. 기존 생계형 일자리와 달리 디지털튜터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사회 기여형 직업인 동시에, 사람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돕는 가치 지향형 직업이다. 앞으로 여성 스스로 만들어갈 품격 있는 일자리, 새로운 일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미경 MKYU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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