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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여성가족부와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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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성계의 오랜 염원 끝에 출범한 여성가족부가 대선국면에서 존폐론에 휩싸였다. 여가부는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 다시 여성부와 여성가족부로 이름을 바꿔왔다. 2008년에는 당시 한나라당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여성, 보육 등의 업무를 보건복지부에 이관시켜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을 발의했다.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로 가족을 떼고 여성부로 남게 됐다.


여가부 폐지론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소셜미디어에 한 문장(여성가족부 폐지)으로 촉발시켰다. 여론도 (여가부 입장에서는)심상치 않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찬성이 절반(51.9%)을 넘는다. 남성, 보수, 중도가 찬성이 많았고 여성, 진보에서 반대가 많았다. 여성 찬성응답(40%)도 적지 않다.


여가부 폐지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은 여가부 안팎에서 찾을 수 있다. 여가부는 여성정책기구를 총괄하는 부처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양성평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변화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


여가부는 힘도 약하다. 예나 지금이나 3저(低)부처다. 조직도, 예산도, 인력도 적다. 부처의 업무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과 중첩돼 있는 게 많다.


여가부와 같지만 다른 궤적을 겪어온 부처가 해양수산부다. 해수부는 부처의 한 업무, 외청 지위에서 벗어나 1996년 해양수산부로 독립해 출범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폐지됐다가 박근혜정부에서 부활했다. 사실 해수부는 정부조직의 기능적 측면에서는 부처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고 왔다. 해운산업을 담당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산업의 위기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주도 속에서 해운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가부의 우군은 여성, 진보다. 반면 해수부는 항만, 항구, 바다와 인접한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역주민, 지역경제계 등이 받쳐주고 있다. 선거철에서 이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다. 여가부가 살길은 역설적이게도 여가부의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간판(부처명)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서, 민감한 현안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는가가 중요하다. 여가부도 양성평등,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족, 특히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 보호와 지원에 주력하고 명칭도 양성평등, 청소년 등을 넣는 대안도 고민 중이다.


정부조직은 대통령의 국정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통치수단이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2017년 9월 기준 정부 출범 이후 총 61회의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잦아도 너무 잦다. 여가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거의 모든 부처들이 선거시즌에 개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시비비]여성가족부와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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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시즌 그나마 중심을 잡아야 할 행정부, 관료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부처 신설과 폐지는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와 이해관계자, 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표가 된다"고 해서 던지고 볼 일은 아니다. 이경호 사회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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