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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뉴질랜드 집값과 베이조스의 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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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집값 폭등 기사는 외신에서도 최근 흔히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 셈이다. 코로나19가 경제를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 정부가 재정을 풀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돈이 넘치기 때문이다.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 150개 도시 중 43개 도시의 1년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년간 주택 가격이 30% 넘게 오른 도시가 3곳이었는데 하나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이었다. 웰링턴 집값은 1년간 30.1% 올랐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 주택 가격도 19.6% 올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주택시장 거품 위험이 큰 나라로 캐나다, 스웨덴 그리고 뉴질랜드를 꼽았다.


"지난 몇 년간 전용기를 보유한 수많은 대부호들은 미국에서 비행기로 열세 시간 떨어진 뉴질랜드에 ‘노아의 방주’를 지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세계적 석학 한스 페터 마르틴은 2018년 출간한 저서 ‘게임 오버(Game Over)’에서 이같이 썼다. 마르틴은 1996년 전 세계에서 80만부 넘게 팔린 세계적 베스트설러 ‘세계화의 덫(The Global Trap)’을 공동 저술했다. 게임 오버는 그가 22년 만에 내놓은 새 책이다.


대부호들이 지었다는 노아의 방주는 부동산을 뜻한다. 대부호들이 방주를 사서 피하려는 거대한 홍수는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움직임이다. 마르틴에 따르면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에너지로 연결되면 자신들이 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거부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지상에서 몇 남지 않은 낙원이면서도 비행기가 없으면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도피처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틴은 농담처럼 "뉴질랜드에는 헬리콥터 이착륙이 가능한 드넓은 대지가 많다"고 썼다.


과거 부장으로 모신 한 선배는 사회 계층 구조가 극심한 피라미드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묻고, 맨 꼭대기의 진짜 최고 부자들은 어느 순간 피라미드에서 떨어져 다른 세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선배의 말을 떠올렸다.


코로나19는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새로 일깨웠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미국 가계 자산이 30년 만에 가장 많은 13조5300억달러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27일 공개했다. 증가한 자산 중 3분의 1이 상위 1% 고소득자의 몫이었다. 돈이 돈을 버는 진짜 자본주의(?) 세상임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에서도 세습 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불평등 해소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습은 과거 북한 통치 체제에나 붙이던 딱지가 아니었나? 민주화 이후 사회적 담론이 사라졌고 그래서 사회를 모른다고 핀잔을 듣던 ‘젊은 것들’은 공정을 담론화하며 지금은 다른 세상이라고 ‘꼰대’들에게 외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는 9월17일은 "우리는 99%다"를 외쳤던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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