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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핵없는 상태로 가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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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핵없는 상태로 가기 위한 조건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ㆍ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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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북한이 임의로 정한 '새로운 길'의 연말시한이 다가오면서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원회의 결정이 신년사로 대체돼 2020년의 투쟁방향이 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이례적인 북한 행태 속에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조성된 대내외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엄중한 정세는 "우리의 전진을 저애(방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는 투쟁구호가 확인해 준다. 또한 당면한 정세의 절박함은 23차례나 강조한 '정면돌파(전)'라는 용어의 행간(行間)에서 대북경제제재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전원회의 결정서는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유달리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절반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경제상황이 대북경제제재로 인해 취약해졌고 앞으로도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절박함을 고백했다.


북한이 정한 '새로운 길'은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추가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겠다'는 도발의 길이다. 즉 '새로운 길'은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발사유예) 파기 선언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대결(brinkmanship)의 산물이다. 물론 벼랑 끝 대결의 종착지는 '핵보유의 상태에서 제재완화'다. 또한 전원회의는 북핵이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유지'해 자주권을 담보하는 주체의 보검이기 때문에 결코 대화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의 '군비와 군축 및 국제안보에 관한 2019년 연감'은 북한은 이미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다. 인정하기 싫지만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 이는 30여년의 대화와 협상의 역사가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접근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방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 7일과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우선론'을 내세웠다. '남북관계우선론'은 다시 대화와 협상이라는 기존의 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패가 예견된 접근이다. 또한 '핵있는 상태에서의 제재완화'의 북한입지를 강화해 핵문제 해결이 더 요원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핵 있는 상태'가 아니라 '핵 없는 상태'의 길을 찾는 것이 선결과제이고 제재완화는 차후의 문제다.


이번 전원회의는 대북경제제재가 가져올 '제2의 고난의 행군'에 대한 깊은 우려가 녹아있다. 북한이 경제위기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는 사실은 경제제재가 중요한 협상수단이라는 점으로 확인된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극심한 경제위기는 우리가 '핵 없는 상태'로 가는 수단이다. 문제는 어떻게 북한의 경제위기 상황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일차적 과제이다.


일차적 과제에 대한 여건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70호(2016.3.2.)이다. 결의안 2270호는 북한 경제를 직접 겨냥함으로써 총체적 위기국면에 진입한 징조들이 확인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과 대폭적 수출 감소, 해외노동자 파견 중단, 달러 기근 등의 징조가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국제공조의 대북경제제재를 더 촘촘히 강화해야 할 시점이지 남북관계발전을 우선할 시기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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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의 유일한 평화적 수단이 경제제재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그리고 북핵의 직접적 위협을 축소ㆍ제거시키기 위한 우리의 자강(自强)능력을 제고할 방략을 강구해야 한다. 즉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 핵개발의 방도도 찾거나, 한미동맹 차원에서 전술핵 재반입 또는 핵공유의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핵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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