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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회사 배지 떼버린 대한항공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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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모녀가 4일 오전 또 다시 포토라인에 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특수폭행, 상습폭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7개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비슷한 시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밀수와 탈세 혐의에 대한 조사를 위해 각각 법원과 세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수사기관의 공개 소환은 지난달 1일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강서경찰서 소환 조사 이후 불과 한달여 새 6차례나 이어졌다. 같은 기간 각 사정기관과 정부부처들이 총수일가와 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벌인 압수수색만 11차례에 이른다.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경찰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 사정기관과 정부부처의 수사와 조사가 이어지면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한 달 넘게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2대주주(지분율 12.45%)인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며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해외시장에서 대한항공을 마치 범죄집단으로 여길까 두렵다"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직원들은 윗옷에서 대한항공 배지를 떼어버렸고, 점심시간 식당을 예약할 때도 대한항공이라는 사명 대신 개인 이름을 사용한다. 택시를 타도 '대한항공 앞으로 가주세요'라는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는 직원도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가 촛불집회나 제보, 경영층 퇴진운동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쓴 외부세력(민주노총)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술렁이고 있다. 총수일가 갑질논란이 경영성과와는 무관한 문제임에도 직원연대가 경영권 포기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대한항공 직원들은 '대한항공을 살리는 수사를 해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회사 살리기에 직접 나섰다. 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지 개인적인 일탈에서 촉발된 사건으로 여론에 몰려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3일 올린 이 글은 396명이 참여했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캐세이퍼시픽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글로벌 상위 항공사들이 중동, 중국항공사들에 밀려 대규모 감원을 비롯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는 와중에 대한항공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고성장하고 있다"면서 "대주주 신분으로 특권을 누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여론몰이식 감정적 수사로 회사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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