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내려오니 능욕방 생기더라"…500여 명 참여
박지현 "제2의 n번방 사태, 정부가 나서줘야"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텔레그램에 자신의 능욕방이 생겼다며 성범죄 피해를 호소했다. 능욕방이란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을 언급하며 각종 비방과 욕설, 성적으로 희롱 등을 하는 단톡방을 말한다.
박 전 위원장은 1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최근 또다시 불거진 제2의 n번방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19년 대학생 시절 사이버 성 착취인 이른바 n번방을 파헤쳐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이다.
그는 "8월 초에 제 능욕방이 생겼다"며 "제가 비대위원장일 때는, 그러니까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있을 땐 애들도 어떻게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내려오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범죄를 자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성범죄자들이 정말 약자만을 노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텔레그램에 '박 전 위원장을 능욕하는 방'이라는 제목을 단 한 대화방에서 박 전 위원장의 얼굴을 나체 사진과 합성하거나 가짜 동영상을 유포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주동자는 극우 사이트에서 주로 사용되는 캐릭터 이름과 '더불어 M번방'이라는 가명을 썼다. 이 방에서는 약 500명이 모여 성희롱성 발언과 함께 각종 사진이 공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 측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자 해당 방은 사라졌지만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 전 위원장은 이미 신고했다고 밝히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n번방 때부터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지 않아 이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n번방 범죄자들은 1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경찰이 추적한 끝에 겨우겨우 잡을 수 있었다. 즉, (성 착취물을) 그냥 공유하고 구매하고 하는 사람들 그런 수만 명의 사람은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전에 갓갓이나 조주빈이 언론을 통해서 어떻게 잡혔는지 공개가 되다 보니까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을 숨기는 방법을 너무 잘 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을 어떻게 규제할 방안도 정치권에서 같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입법안이 통과됐다.
박 전 위원장은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규제할 방안도 정치권에서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법무부나 정부에서 나서줘야 하는데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가 사라졌는데도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새로 만들겠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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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민주당이 나서서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강력한 입법과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다시 n번방 때처럼 잠깐 반짝하고 끝나선 안 된다. 이번에는 끝까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 주시라"고 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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