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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칸] 박찬욱 "사랑은 풀리지 못한 아름다운 미스터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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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 영화제 현장
칸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어떤 영화인가

[여기는 칸] 박찬욱 "사랑은 풀리지 못한 아름다운 미스터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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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헤어질 결심'은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감정과 감정 사이에 놓인 다리 사이를 오가며 격조 높게 유영한다. 영화를 만든 사람은 필시 들뜬 '사랑'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2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팔레 드 페스티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랑 이야기를 상당히 낯설게 표현했는데, 박찬욱 감독은 사랑이 뭐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몇몇 기자는 손뼉을 치며 공감했다. 박찬욱 감독은 "개인 생활이나 소재를 영화에 사용하는 타입의 감독은 아니다"라며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영화에 얼마나 담겼는지 모르겠는데, 정서경 작가와 내가 카페에 앉아서 꾸민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며 코밑을 훔쳤다.


"사랑이란 여러 관계 중 인간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인간이라는 종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관계의 유형이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로, 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23일(이하 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됐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2016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에 이어 4번째 경쟁부문에 진출이다.

[여기는 칸] 박찬욱 "사랑은 풀리지 못한 아름다운 미스터리"[인터뷰]

[여기는 칸] 박찬욱 "사랑은 풀리지 못한 아름다운 미스터리"[인터뷰]


영화는 형사와 용의자의 관계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 묻고 답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형사가 용의자를 취조하고 때론 용의자가 형사에게 질문한다. 밖에서 카메라로 취조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 미묘한 뉘앙스가 그들 사이에 오간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같이 밥을 먹고 나서 정리하고 양치하라고 칫솔도 주는 친절한 행동들. 몰래 숨어서 훔쳐보는 행동. 이는 형사가 용의자를 감시하는 행위라 정당화되는 것이지, 어떻게 보면 스토킹하는 거죠. 서래(탕웨이 분)는 그걸 불쾌하게 느끼기보다 밤새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만나서 호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반하고 그렇게 관계가 발전해가다 유혹하고, 유혹을 거부하고.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 되는 거죠."


그간 박찬욱 감독이 선보인 영화에는 수위 높은 폭력이나 진한 정사 장면이 담겨있었지만, '헤어질 결심'에는 없다. 마치 그동안 강도 높은 수위의 장면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것처럼. 사랑에 빠진 듯이 순하다.


"프리미어 상영이 끝나고 해외 배급사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영화의 홍보 문구로 '박찬욱의 진화된 세계'라고 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안 된다. 더 진화된 폭력과 섹스를 기대하지 않겠냐'고 말했어요.(웃음)"


"영화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 한 건데, 멜로 영화를 찍는다니까 주변에서 엄청난 섹스 장면이 나오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 그런 기대가 있구나. 그럼 반대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는 칸] 박찬욱 "사랑은 풀리지 못한 아름다운 미스터리"[인터뷰]


기자회견이 끝나고 칸의 한 호텔에서 다시 만난 박찬욱 감독에게 사랑의 정의를 물었다. 영화에서 말하듯이, 사랑은 왜 미제사건으로 남아야 하냐고 묻자 그는 "해결된 사랑, 완성된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그러나 끝내 풀리지 못한 미스터리가 사랑 아닐까. 그런 긴장감이 가장 아름다운 거 같다"고 답했다.


멜로 영화로 돌아온 이유를 묻자 박찬욱 감독은 "아무리 말해도 농담으로 받아들이시는데 나는 로코(로맨틱 코미디) 감독"이라고 말했다.


"10년, 20년 후 각국의 관객들이 봐도 사람 사이 복잡한 관계 변화는 똑같다는 걸 위화감 없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른이라면 누구나 겪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그것이 자극적인 요소 없이 자발적, 능동적으로 음미하고 싶어지는 형태로 통하길 바라는 거죠."



칸(프랑스)=이이슬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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