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대로라면 더 큰 분열의 정치 시작될 것…국민통합 위해 文 대통령의 결단 요청"
이낙연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꺼냈다가 여론 '뭇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을 위한 결단을 요청한다"며 오는 성탄절에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거론했던 정치인들이 모두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이번 건의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안 후보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그분들이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분들의 구속을 정치 보복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나.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2년을 넘기지 않았다. 두 분을 구속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자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두 사람을 사면했다"고 했다.
이어 안 후보는 "두 전직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다. 출소 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두 분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계기로 진정한 국민통합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건강을 해치기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소망교회에서 성탄절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해주시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동생 내외와 조카들과 함께 연말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한 거대양당 후보를 둘러싼 '가족 리스크'를 이용해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두 후보 중 진 사람은 감옥 간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지난 4년 반보다 더 큰 분열과 반목의 정치가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가 전직 대통령에 형집행정지를 한 가운데 사면 요청을 했다가 역풍을 맞은 경우도 있다. 앞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통합을 이유로 사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간 민주당 내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가 금기시되었던 만큼 여당 지도부에서도 별다른 호응이 나오지 않았고 여론마저 싸늘하게 돌아섰다.
결국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이때 안 후보도 이 전 대표의 사면론 건의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7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사면권은 남용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줄곧 사면권 행사를 위해 사면 위원회 가동하는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안 후보와 이 전 대표의 사면론은 과거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DJ는 1997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의 사면을 김영삼 (YS)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에 YS는 12월20일 두 사람의 사면·복권을 발표했다.
DJ가 1980년 내란음모 조작 사건 때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피해자였다는 점 등을 비추어 봤을 때 DJ의 '대승적 결단'이 국민통합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DJ의 사면 조처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김대중 당선자가 국민적 화해와 경제위기 해결에 전념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전두환씨가 광주 시민 학살과 군사 반란 등 자신의 범죄에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사법 정의와 역사적 심판을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형집행정지 관련해 비판도 나온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 측 이연기 공보특보는 17일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이슈는 보수 정치인들이 심심하면 꺼내드는 '전가의 보도'가 됐다"며 "명분도 없고, 요건도 갖추지 못한 사면을 재론하는 이유는 결국 특정 진영의 표만 바라보는 '노이즈 마케팅' 아닌가. 두 전직 스스로 반성한 적도 없고, 국민이 공감하지도 않는 상황에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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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전의 전두환 씨에 대한 용서 주장도 그렇고, 이번 사면 촉구도 영 뜬금없고 불쾌하다"며 "역시 어설픈 '대인배 코스프레'로 보인다. 이런 짓 그만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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