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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뻥 안 치고"고 쓴 수도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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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눅눅한 마음을 뽀송하게 말려주는 100편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바오로 수도회 수사들의 삶을 “뻥 안 치고” 날것 그대로 담고 있다. 수도자와 성직자로서 경건하게 살아가는 그 이면에 세상살이에 다소 서툴고 미숙해서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저지르고, 세속에 덜 물든 덕분에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생각과 행동을 전한다.

[책 한 모금]"뻥 안 치고"고 쓴 수도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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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모임에 나간 지 일 년쯤 되었을 때였다. 지도 신부님께서 짜장면 회식 끝에 신학교 갈 준비는 잘들 하고 있느냐고 물으셨다. 너무 놀란 내가 신학교 갈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지도 신부님께서는 그럼 왜 지금까지 짜장면 회동에 참석했느냐며 짜장면값을 물어내라고 하셨다. 일 년 치 짜장면값을 물어낼 능력이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신학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짜장면 미끼」 중에서


헐, 그분은 바로 수도원에서 키우는 개였다. 이름은 아름이. 하얗고 체구가 작았다. 나를 아름이에게 데리고 간 수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인사드려라. 종신서원자 아름이시다.”

종신서원자 아름이라고?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하지만 수사님은 웃을 일이 아니라시며, 아름이는 수도원에 산 지 8년째이니까 나보다 훨씬 선배라고 하셨다. 게다가 8년을 살았으니 종신서원자 서열이라고 하셨다. 그래 맞다. 나보다 선배네. 나는 아름이에게 후배로서 예를 갖추고 정중히 쓰다듬어드렸다. 「개 선배」 중에서


백 수사님은 행동이 느리고 우직해서 곰이라는 별명을 달고 산다. 백씨 성을 가진 곰이니 백곰이라고 부른다. 백곰 수사님은 위 건강을 위해 구운 마늘을 몇 쪽씩 꽤 오랫동안 먹고 있었다. 나는 농담으로 백곰 수사님께 “마늘을 10년 동안 먹어도 어찌 인간이 안 돼요?” 하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백곰 수사님이 대답하셨다. “이건 생마늘이 아니잖아요.” 와, 끝내주는 위트다! 그래 맞아. 단군 신화에 나오는 곰은 생마늘을 먹었지. 「별명」 중에서



신부 생활 | 안성철 지음 | 시공사 | 260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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