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직영' 체제로 재편…KB·신한도 확대
토지·건물 직접 소유해야…초기 500억~600억원
비급여 서비스 범위도 제한
보험사들이 고령화 흐름에 맞춰 요양시설 등 실버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토지·건물 직접 소유 의무와 비급여 범위 등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요양시설 시장은 개인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려면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섰고, 2035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장기요양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장기요양 등급자 수가 2023년 100만명에서 2035년 171만명, 2050년 304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생명보험사들도 요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킨 데 이어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5년간 운영해 온 프리미엄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를 인수했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도 요양시설 사업 확대를 검토하거나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 본업과 시설 운영을 연계해 고객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보험사들이 요양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이나 간병특약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요양시설 이용을 연계할 수 있고, 보험금 지급과 돌봄 서비스를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현실의 벽은 높다. 규제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는 요건이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100인 규모 시설을 설립하려면 500억~6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도권은 부지 가격이 높아 진입 장벽이 더 높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수도권에 자녀들이 방문하기 좋은 입지에 시설을 마련하려면 토지 매입 비용만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600억원을 투자해 100명 규모 시설을 지어도 월 300만원 수준의 이용료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입소자의 주거 안전성과 서비스 품질을 충분히 보장하는 조건을 전제로, 토지·건물 임차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자가 요양 시장에 진출하면 서비스 경쟁이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도 함께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에서는 높은 지가로 인해 소유규제의 예외가 적용되는 정원 10인 미만 소규모 시설이 전체의 53%로 전국(28.5%)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대부분 개인이 운영한다"며 "공공요양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지가가 높은 지역에 한해 임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인 점도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과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는 입소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 비급여 역시 식사재료비·상급 침실 이용에 따른 추가 비용·이·미용비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를 제외한 항목에 대해서는 사실상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구조로, 이 같은 규제 탓에 프리미엄 식단, 맞춤형 재활·인지훈련 프로그램,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초기 투자 부담은 큰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라 생명보험사들로서도 선뜻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식비·거주비와 별도로 기타 일상생활비와 특별서비스비를 구분해 운영한다. 이·미용비나 개인 용품 구입비, 취미활동 재료비 등은 일상생활비로, 특실 이용이나 고급 식단 등은 특별서비스비로 분류해 이용자가 선택하도록 한다. 독일 역시 기본 급여 범위를 넘어서는 추가 서비스를 허용해,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해서는 별도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장기요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급여 범위의 합리적 확대 △토지·건물 직접 소유 요건의 유연화(장기 임대·리츠 활용 허용) △민간 참여 인센티브 재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공공이 기본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충해 최소한의 돌봄 접근성을 보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이 품질 경쟁을 통해 서비스 고도화를 이끄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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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자본력을 갖춘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요양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면서 돌봄 서비스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하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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