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민)과 처갓집양념치킨 가맹본부 '한국일오삼'이 가맹점주들의 '배민 온리(Only)' 프로모션 참여를 사실상 강제하며 경쟁 배달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행위에 대해 가맹점주들과 여러 시민단체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가 이뤄진 가운데 가맹본부가 직접 나서 행사 참여 가맹점들을 다른 배달앱에서 일괄 '장기 휴무' 처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배민 측은 어디까지나 프로모션 참여나 탈퇴가 가맹점주들의 자율 의사에 맡겨져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참여 시 '앱 노출 제한' 등 불이익을 입을 것이 우려돼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가맹점주들이 많은 상황에서 경쟁앱 노출을 강제로 막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행위라는 게 가맹점주들의 입장이다. 더욱이 '장기 휴무' 설정을 요청하는 것에서 나아가 본부가 직접 경쟁앱 운영사를 통해 개별 가맹점들의 '장기 휴무' 처리를 하겠다는 것은 가맹사업법의 본질에 반하는 위법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요기요 장기 휴무 설정 요청…"미이행 시 본부가 직접 처리" 공문
27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처갓집양념치킨 가맹본부는 지난 25일 프로모션에 참여한 가맹점주들에게 '배민상생제휴 프로모션 관련 타플랫폼 장기휴무 설정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본부는 전날까지 쿠팡이츠, 요기요 등 다른 경쟁 플랫폼에 '준비 중'으로 표시되지 않도록 '설정일부터 5월 8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장기 휴무 설정을 해줄 것을 점주들에게 요청하면서 해당 앱들의 고객센터 전화번호와 장기 휴무 설정 요청 방법을 공문에 담았다.
그리고 본부는 '미이행 매장 조치 방안'이라며 '26일까지 장기 휴무 설정이 완료되지 않은 매장의 경우 원활한 프로모션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일괄 장기 휴무 설정 처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본부는 공문에서 "타 플랫폼 시스템 구조상 장기 휴무 설정 해지로 인한 자동 영업 재개, 매장 내 운영 인력의 미인지, 계정 정보 분실 등에 따른 설정 오류로 가맹점의 의사와 무관하게 영업이 재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프로모션 운영 조건 준수 및 불필요한 오해 방지를 위해 타 플랫폼 장기 휴무 설정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이같이 요청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프로모션 탈퇴 자율이라더니…직접 처리는 위법"
처갓집양념치킨 가맹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의 공정위 신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YK는 "가맹점주가 프로모션 참여에 동의했더라도 실제 휴무 여부는 점주가 직접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배달앱의 입점 업체는 엄연히 개별 가맹점임에도 제3자인 가맹본부가 점주를 대신해 일괄 휴무를 설정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은 불법적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또 YK는 "프로모션 참여에 대한 점주의 번의(마음이 바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강제로 실행하는 것은 '프로모션 참여와 탈퇴가 점주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배민 측 기존 해명과 완벽히 모순된다"며 "이는 점주들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자 '배타조건부 거래 및 사실상 선택 강제'라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현민석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가맹점주들이 배민과 전속거래를 하기로 약속했더라도 실제 그 이행은 가맹점주들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가맹본부가 이를 직접 강제할 수는 없다"며 "본사가 점주들을 대신해 장기 휴무 설정 처리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변호사는 "배민에서는 가맹점주들이 언제든지 프로모션에서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공문 내용을 보면 이 같은 배민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민은 "해당 프로모션은 가맹점주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프로모션 참여 이후에도 언제든 미참여로 변경할 수 있으며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현재의 치열한 시장 구조상 특정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본부에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경영 자율권 침해 주장도 잘못됐다"고 반박한 바 있다.
또 이번 조치의 위법성 지적에 대해 본부 측은 고객센터 등과 연결이 잘 되지 않아 다른 배달앱에 장기 휴무 설정을 하는 데 불편을 겪는 가맹점주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인 동시에 프로모션에 참여한 이후에도 의도적으로 다른 플랫폼에 '영업중'으로 표시되는 것을 방치한 일부 가맹점들에 대한 제제적 성격의 조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거래 상대방은 본부 아닌 가맹점"…탈퇴 원하는 점주들 많아
YK는 본부의 이번 조치가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배민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배민이나 본부에 의해 점주들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약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YK는 "우리는 일차적으로 이번 프로모션에 대한 최초 동의의 자발성 자체를 문제삼으려 한다"며 "이번 공문은 점주들의 최초 동의의 자발성과 배치되는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돼 공정위에 1차 신고에 대한 보완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차적으로는 프로모션 참여 의사 철회를 막는 행위를 별도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해 양자를 병행해서 주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민석 변호사는 "배달앱에 가입돼 있는 사업자를 가맹본부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들과의 가맹계약을 통해 브랜드를 사용하게 했을 뿐 음식에 대한 중개 거래 서비스를 제공받는 당사자는 가맹본부가 아니라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 이용할지 말지는 각 가맹점주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지, 본부가 대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가맹본부가 프로모션 참여에 동의한 가맹점주들에게 경쟁 배달앱에 '영업중'으로 노출되지 않게 조치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직접 경쟁 배달앱 측과 소통해 '장기 휴무' 설정을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일종의 제3자 채권침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 변호사는 "채권자가 채권 실현을 위해 강제집행을 하려면 일단 채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한 뒤에 판결문이든, 지급명령이든 적법한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에 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채권자라도 그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채무자에게 추심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이번 '배민 온리' 프로모션에 참여한 가맹점주들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참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공정위 신고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다른 가맹점들이 프로모션에 참여해 배민앱에 할인, 지원 관련 내용이 노출되는데 본인만 참여하지 않으면 브랜드 내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가맹점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본부로부터 경쟁 배달앱에 대한 휴무 설정 요청을 받고도 가맹점주가 휴무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프로모션 참여에 동의했지만 진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점주들의 속내를 엿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면 휴무 설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본부의 요청을 받고도 본부가 제시한 기한(26일)까지 휴무 설정을 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은 프로모션에서 탈퇴할 의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어떻게 보면 그 같은 의사를 본부에 표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데, 참여나 탈퇴가 자율적이라고 주장해온 본부가 점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미이행 가맹점에 대해 직접 휴무 설정 처리하겠다는 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식당에 예약금을 내고 예약한 손님이 예약한 날 나타나지 않으면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아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이 없나 보다'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이지, 예약금을 걸었다는 이유로 예약 인원수만큼의 음식 대금 전체를 청구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모션 참여에 일단 동의한 가맹점주라고 하더라도, 배민이나 본부 측 설명대로라면 언제든 참여 의사를 철회할 수 있는데 단 이틀의 기한을 설정해 장기 휴무 설정을 요청한 뒤 미이행 가맹점에 대해 직접 휴무 설정을 하겠다는 건 상식에 반한다는 취지다.
2024년 7월 15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위반"…처갓집 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 차례로 공정위 신고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7일 처갓집양념치킨 운영사 한국일오삼과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 9일부터 가맹점주가 다른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배달의민족과만 전속 거래를 하는 조건으로 중개수수료를 기존 7.8%에서 3.5%로 할인해주는 배민 온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본부 측에 따르면 전체 약 1200개 가맹점 중 약 1100개의 가맹점이 프로모션에 참여, 90% 전후의 참여율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YK는 지난 20일 처갓집양념치킨 가맹점주협의회를 대리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가맹본부인 '한국일오삼'을 공정거래법 위반 내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YK는 우아한형제들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중 '배타조건부 거래로 인한 경쟁사업자 배제'(제5조 1항 5호) ▲불공정거래행위 중 '구속조건부 거래'(제45조 1항 7호)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한 고객 유인'(제45조 1항 4호) 혐의를 적용해 신고했다.
한국일오삼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중 '구속조건부 거래'(제45조 1항 7호)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한 고객 유인' (제45조 1항 4호) 혐의 외에도 가맹사업법상 ▲허위·과장된 정보제공 및 기만적인 정보제공(제9조 1항) ▲불공정거래행위 중 '가맹점사업자가 취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 거래상대방, 거래지역이나 가맹점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제12조 1항 2호)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자영업자·소비자 선택권 침해하고 독점 강화하는 배민 온리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배민 온리 계약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여연대
지난 24일에는 참여연대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등과 함께 우아한형제들과 한국일오삼을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두 회사의 '배민 온리' 계약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배타조건부거래행위(제5조 1항 5호)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제45조 1항 3호)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제45조 1항 6호)에 해당하고, 가맹사업법상 ▲구속조건부거래(제12조 1항 2호) ▲거래상지위 남용(제12조 1항 3호)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제12조의4)에 해당한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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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시장 1위를 유지하며 5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배민과 가맹본부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점주들에게 다른 배달앱 사용을 금지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공정위 신고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본부가 계약 조건 관철을 위해 직접 다른 배달앱 '휴무 설정' 일괄 처리 공지까지 보내면서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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