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조회수에도 법적 처벌 어려워
사자명예훼손죄에는 처벌 규정 없어
딥페이크 성범죄와 달리 규제 공백
AI 시대 맞는 제도 정비 시급
3·1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를 희화화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확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 체계상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틱톡에 올라온 김구 선생 사진에 외모를 비하하는 조롱 문구가 달렸다"고 밝혔다.
반면 대표적 친일 인사인 이완용 사진에는 찬양성 표현이 함께 게시됐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삼일절을 앞두고 이런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영상 노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게시물도 다수 포착됐다. 앞서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는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AI 영상이 다수 게시됐다. 해당 영상에는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애정을 표하는 설정이나 비현실적인 행동을 하는 장면 등이 담겼으며, 일부 영상은 2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게시물을 인지했지만, 아직 내사(입건 전 조사)에는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사는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대한민국 형법에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형법 제308조(사자명예훼손죄)에 따라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한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처럼 구체적 사실 적시 없이 원색적 조롱이나 희화화에 그친 경우에는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아울러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보호 대상이 '생존 인물'로 한정돼 고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역시 사자에 대한 단순 조롱에는 적용이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현재로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 측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기대는 방식 외에는 즉각적인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는 역사적 인물 이미지 악용을 둘러싼 논의가 이미 진행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AI 측은 마틴 루서 킹 목사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 생성을 원천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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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성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유족 피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에 초점을 맞춘 입법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사자 모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생성형 AI 악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법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향후에도 지속해서 관련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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