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지분 우세 속
이사회·주총서 세대결 관심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가 창업주 일가 간의 분쟁을 넘어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독주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보유한 지분이 캐스팅 보트로 떠오르며 시선을 모은다.
27일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지분 구조를 보면 신동국 회장(22.88%)이 한양정밀의 보유 지분(6.95%)을 포함해 29.83%를 확보하며 압도적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에도 23%로 1대 주주였지만 최근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의 지분 등 6.45%를 2173억원에 추가 매입하며 격차를 벌렸다. 경영권을 행사해온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3.84%)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9.15%) 등 친척·재단을 합친 모녀 측 지분은 24.25%에 머무른다.
이러한 지분 변화는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결성됐던 '4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 체제의 붕괴 가능성까지 암시하는 것으로 시장은 바라본다. 신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4자 연합 체제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4자 연합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신 회장은 2024년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송 회장, 임 부회장,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킬링턴유한회사)와 4자 연합을 구성해 임종윤 회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등 형제 측과 맞섰다. 형제 측과 연합하던 신 회장의 선택 변화가 현 경영 체제 구축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4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했다. 대주주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후방에서 미래 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지원하는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 머크 식 모델을 추구했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경영진을 꾸리는 과정에서 4자 연합의 틀이 흔들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 R&D(연구개발)·품질관리 등에 있어 한미약품 경영진과 신 회장 측 인사가 자주 갈등을 빚었고 지난해 추진키로 한 시니어 관련 신사업에 대해서도 신 회장이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4자 연합이 붕괴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5.09%의 지분을 보유한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향후 경영권 향방을 결정지을 캐스팅 보트로 부상했다. 임 대표의 지분이 모녀 측 우호 지분으로 포함되면 신 회장 측과의 격차는 0.54%까지 줄어든다.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이 모녀와 형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무게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임 대표의 선택이 경영권을 가르는 변수가 된 것이다.
지금 뜨는 뉴스
경영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1차 분수령은 다음 달 열리는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의 정기 주주총회다. 이번 주총에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포함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 4명의 교체 및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한미약품의 인적 쇄신 여부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41.42%의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부에서 신 회장 측과 모녀 측의 세력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주사 이사회 소속인 임종훈 대표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한미약품의 차기 경영진 구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