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50% 유지…지난해 7월 이후 6회 연속 동결
반도체 날고 내수도 회복, 성장 전망 2.0%로 상향
'K-점도표' 방식 금리 전망 도입, 동결 전망 우세
소수 인하 가능성과 극소수 인상 가능성도 타진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올려잡았다. 잠재성장률(1.8~2.0%) 상단에 부합하는 수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다는 점, 소비심리 회복 등에 내수 개선세가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이 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의 배경이 됐다. 기준금리는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연 2.50%로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부터 도입된 'K-점도표(dot plot)' 방식 금리 전망에선, 6개월 후 동결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 가운데 소수 인하 가능성과 극소수 인상 가능성도 타진됐다.
올해 韓 경제 2.0% 성장 전망…반도체가 이끄는 수출 호조
한은은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1.8%)에서 0.2%포인트를 높여 잡은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0.2%포인트 추가 상승을 점친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종전(1.9%)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해 1.8%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2.0%'는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와 같고 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전망치 1.9%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인 2.1%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이번에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건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보다 수출과 내수 모두 상방 요인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더 좋다는 점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경기의 가파른 개선세가 수출과 설비투자를 견인하며 전반적인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은 미국의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호조 등으로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658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8% 늘었고, 이 중 반도체 수출(206억9000만달러)이 102.5%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수출액은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435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같은 기간 134.1% 증가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7%까지 확대됐다.
코스피 6000 시대, 소비심리 회복…내수 개선 기대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내수 개선 기대도 성장률 상향에 힘을 보탰다. 실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함께 '육천피'를 넘어선 코스피 등 증시 활황으로 낙관적 경기 판단이 늘면서 경제주체들의 소비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월 기준 112.1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소매 판매는 지난해 0.5% 증가해 4년 만에 반등했다.
다만 성장률을 낮출 불확실성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미국발 관세 정책에 대한 리스크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 성장률 상승에 반도체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설투자 역시 하방 요인이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역성장에서 올해 부진이 일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건설 수주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건설투자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과 비교하면 0.1%포인트 소폭 올랐다. 내년 전망치는 2.0%를 유지했다. 올해 전망을 소폭 상향 조정했지만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와 고환율이라는 상·하방 요인 속에서 목표 수준인 2% 근방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판단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5개월 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2월 금리 동결, 향후 6개월 내 '동결 유력' 전망 "인상 가능성도 타진"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6개월 후에도 현재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부터 금통위원들의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인 '포워드 가이던스'에 6개월 시계의 K-점도표를 도입했다.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이 6개월 후 금리 전망에 대해 베이스라인과 상·하방 리스크를 고려해 각 금리 수준에 점 3개를 찍는 방식이다. 3개 모두 동일한 금리 수준에 제시할 수도, 서로 다르게 찍을 수도 있다. 총 21개 점의 분포를 통해 향후 금리에 대한 금통위원의 견해를 가늠할 수 있다.
K-점도표 방식의 금통위원 금리 전망에 따르면 총 21개의 점 가운데 16개가 6개월 후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전체의 76% 수준이다. 6개월 뒤 기준금리 인하(2.25%)를 예상한 점은 4개다. 소수 인상 가능성도 타진됐다. 점 1개는 2.75%를 예상해 현재보다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시장에서는 다만 성장률을 2.0%로 상향 조정했으나 예상 범위라는 점, 내년은 0.1%포인트 내려 잡았다는 점 등에서 점도표상 인상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봤다. 이 같은 경제전망에서 인상에 점 1개가 찍힌 것은 '가장 매파인 금통위원에 의한 매파적 시나리오'여서 실제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단 얘기다. 오히려 인하에 4개가 찍힌 건, 적어도 2명은 인하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고 본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선 우려보다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장에서도 다수가 '연내 동결'을 점치는 등 향후에도 동결기가 길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결기 이후 통화정책 방향성은 인상과 인하 양방향으로 갈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금융안정 측면에서 과열 양상인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풍부한 금융시장 유동성, 원화 약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과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집중되고 있어 금리는 상당 기간 동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완화 필요성은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스탠스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금리 동결은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6회 연속으로 이뤄졌다.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앞선 아시아경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5명 전원이 이달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물가가 목표치(2.0%) 부근에서 안정된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0%로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를 종전 대비 낙관하고 있다는 점과, 여전한 외환·부동산 시장 불안이 금리 유지에 힘을 실었다.
이날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환율과 부동산,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을 흔들 수 있는 요인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올랐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 메시지 등에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 오르는 데 그치며 전체 상승 폭은 0.07%포인트 줄었으나, 여전한 오름세다.
지금 뜨는 뉴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3.1원 내린 1429.4원에 마감한 후 이날 장 초반 소폭 더 내려 1420원 중반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1480원을 웃돌며 1500원 선을 위협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 수준 레벨을 낮췄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충돌 가능성 등 지정학적 위험, 외국인 투자자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자리한 가운데 변동성 높은 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원·달러 환율 일평균 변동 폭은 8.4원에 달한다. 1500원 부근까지 레벨을 높였던 지난해 12월(5.3원)과 변동성 장세를 이어간 올해 1월(6.6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