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DGIST 공동연구팀
뇌 감각 처리 회로는 어린 시절 완성된다는 것이 신경과학계의 지배적인 통설과 달리 성인기에도 뇌가 스스로 회로를 재구성(리모델링)하며 더 정밀하게 감각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은지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왼쪽부터), 이동수 연세대 생명공학과 박사, 고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센터 교수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세대
연세대학교는 정은지 생명공학과 교수팀이 고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특이성 조절 연구센터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성인기에도 뇌의 '감각 검문소'가 정교하게 재편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인간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뇌의 정교한 필터링 시스템 덕분이다. 이 중 뇌 시상부에 위치한 '시상망상핵(TRN)'은 외부 자극이 대뇌 피질로 전달되기 전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간 학계에서는 이 회로 구조가 아동기 일정 시기를 지나면 변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동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발달 단계를 정밀 분석한 결과,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TRN 회로가 다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TRN으로 유입되는 특정 흥분성 자극 인지가 줄어들었다. 그 결과 미세한 촉감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것이 단순한 경험 축적의 결과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성인 뇌가 감각 정보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회로를 능동적으로 조정하는 '성숙 과정'으로 해석했다. 성인기에도 뇌는 불필요한 감각 신호를 더욱 정밀하게 걸러내고, 중요한 정보만 남기도록 회로 수준에서 재설계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의 핵심 분자는 시냅스 접착단백질 'LRRTM3'로 밝혀졌다. TRN에 특이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LRRTM3는 신경세포 간 연결을 정교하게 조율해 뇌가 미세한 사이까지 촘촘하게 구분해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TRN에서 LRRTM3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에게서는 성인기에 나타나야 할 회로 정교화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세 촉감 구별 능력도 유의미하게 저하됐다.
감각 정보 처리의 불균형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조현병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의 핵심 특징으로 지목된다. 연구팀은 감각 인지 장애를 '감각 회로의 성인기 성숙·조절 메커니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인기 뇌 가소성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입증함으로써 향후 감각 인지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치료 표적 발굴 등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연구 결과는 뇌 과학 학술지 '뉴런(Neuron)'에 지난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동수 연세대 생명공학과 박사와 한경아 충남대 교수(전 DGIST 뇌과학과 연구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사업, 세종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았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