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서울·수도권 아파트 다주택자 대출 연장 제한
LTV 0% 적용 속 '단계적 상환' 병행 검토
매물 증가·집값 안정 효과 불투명
금융당국이 서울·수도권 등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금지를 추진한다.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의 연장이나 대환을 신규 대출과 동일한 수준으로 묶어, 사실상 '대출 회수'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다주택자 대출 비중이 크지 않아 매물 증가나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지역 아파트 '핀셋 규제'에 무게
2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제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권의 개인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 대출 현황을 파악한 뒤 세부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기존 다주택자 대출을 재심사할 때 신규 대출과 같은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따른 조치다. 당초 금융당국은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해 연간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규제 강화를 검토했으나, 이 대통령은 "왜 RTI 규제만 검토하느냐"며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서울·수도권에서 개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는 신규 대출 실행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가 적용된다. 기존 대출은 만기 시 관례적으로 자동 연장됐는데, 앞으로는 동일하게 LTV 0%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임대사업자 대출의 경우 비(非)아파트 비중이 높아 다세대 주택의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수도권 아파트에 한정한 선별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
LTV 0% 적용하되 '단계 상환' 퇴로 열 듯…다주택자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도 거론
금융당국은 다주택자 대출 현황 파악 결과에 따라 만기 시 전액 회수할지, 일정 기간에 걸쳐 감축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세입자 주거 안정과 금융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LTV 0% 즉시 적용 또는 분할 상환 등을 놓고 정책 수위를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2일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주택자 대출의 LTV 단계적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는 23일까지 전 금융권 다주택자 대출 데이터를 취합한 뒤 24일 3차 회의를 열어 세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차주 유형(개인·사업자), 대출 구조(일시상환·분할상환), 담보 유형(아파트·비아파트), 지역(수도권·지방)별 데이터를 집계 중이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의 자본 적립 부담이 커져 대출 공급이 간접적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기본 위험가중치는 은행, 담보 등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 20% 수준이다.
실제 매물 증가 효과는 불투명
금융권 안팎에서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 강화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5대 은행 기준 개인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약 36조5000억원으로 전체 주담대(약 610조원)의 6%에 불과하다. 또한 개인 주담대는 대부분 장기 분할상환 구조여서 단기적인 대출 회수 압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도 4대 은행 기준으로 지난해 말 15조원으로, 전체 부동산 임대업 대출 잔액(178조5000억원)의 8.5% 수준이다.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아파트 비중 역시 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장기매입 민간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중은 15.7%에 그치고,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가 84.3%를 차지한다.
여기에 고가 규제지역 아파트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비중이 높아, 대출 규제가 곧바로 매물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설령 일부 매물이 출회되더라도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제한된 상황에서 '매물 증가→거래 확대→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수도권과 지방에 모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지방 주택부터 처분할 경우,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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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LTV와 RTI 기준이 엄격히 적용돼 임대사업자 대출은 비아파트에 집중된 상황"이라며 "일괄적 규제 강화는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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