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간 해지 사유·절차 별도 규정했다면 민법 적용 배제"
당사자들이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지 사유와 손해배상 책임을 별도로 정했다면, 민법상의 일반 규정보다 당사자 간의 약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단 도소매업 개인사업자 A씨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하급심으로 최근 돌려보냈다.
A씨는 2011년 삼성물산과 숙녀복 원단 판매에 관한 영업위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매년 자동 연장돼 왔으나, 삼성물산은 2022년 3월 직물 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A씨에게 사업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계약 기간이 그해 10월까지 남아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수수료 수입을 상실했다"며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민법 제689조의 적용 여부였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불리한 시기에 해지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들의 영업위임계약서에는 '상대방에 대한 3개월 전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별도 조항이 있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삼성물산의 해지 시점이 A씨에게 불리한 시기였다고 판단해 5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계약서에서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범위를 별도로 정했다면 이는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취지로 봐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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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 제11조와 제13조에서 해지 사유와 손해배상 책임을 별도로 규정한 것은 민법 규정과는 별개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경우 계약에서 정한 해지 절차를 따랐다면 그에 따른 책임만 지면 될 뿐, 민법 규정을 근거로 '이행이익(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됐을 때 얻었을 이익)'까지 배상할 필요는 없다"며 원심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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