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운드 관광객 2000만명 시대
단체관광 대신 개별여행객 비중 증가
K콘텐츠·SNS 타고 한국여행 핫스팟
설 연휴를 1주일 앞둔 지난 9일, 롯데마트가 서울역에서 운영 중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는 여행용 가방인 캐리어를 든 외국인들이 매장으로 끊임 없이 밀려들었다. 식료품 매대에서 시식을 권하는 판매원들도 중국어와 일어를 섞어가며 방문객들을 맞았다. 입구에 마련된 물품보관소에서는 직원 여러 명이 캐리어를 정리하면서 외국인 고객의 문의에 응대하는 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갔다.
중·고교 동창 3명이서 한국 여행을 왔다는 일본인 여성 방문객들은 카트 2대에 초콜릿 과자와 화장품, 라면, 과일 등을 수북이 담아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츠코씨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한국 먹거리와 뷰티 용품 등을 구매했다"면서 "일본에도 비슷한 상품들이 있지만 이곳이 가격도 저렴하고 찾는 물건도 많아 대량으로 사 간다"고 말했다. 한국과 가까운 대마도 출신이라는 그는 "학창 시절부터 5~6회 정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과거보다 사고 싶은 물건이나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며 "이번 여행에서는 SNS를 통해 다른 여행객이 추천한 내용을 보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성수동을 방문해 쇼핑과 한국 음식을 즐겼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K쇼핑에 지갑 '활짝'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 인바운드 관광은 한국인의 일상 따라하기가 대세다. 영화 기생충에 소개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기점으로 다양한 종류의 한국식 라면이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체험 코스가 되고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케데헌)'에 등장한 찜질방과 목욕탕, 한의원 등이 이색 관광코스로 인기를 얻고있다. 백화점과 마트 등 한국인의 일상 쇼핑 채널에서 외국인의 씀씀이가 커지고, 편의점과 주요 맛집이나 카페 등 동네 상권 곳곳으로 외국인들이 몰려드는 추세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01.2% 신장했다. CU가 홍대에 2023년 업계 최초로 문을 연 라면 특화 편의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약 68%로 내국인을 크게 앞서며 관광 명소가 됐다.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자주 찾는 대표적인 K푸드인 라면을 집중 공략한 결과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지난해 외국인 간편결제 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74.2% 증가했다. K푸드를 모은 'K스테이션'(63개점), 생과일 스무디 특화 매장(107개점), K팝 특화 매장(7개점) 등을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과 K컬처 체험을 강화하면서다.
백화점 업계도 외국인 고객이 급증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28.5% 증가한 7348억원이었고, 현대백화점은 25% 늘어난 약 700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52.9% 상승한 약 6500억원에 달했다.
10년 전과 확 달라진 한국 여행
이는 10년 전과 달라진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양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외국인 선호 쇼핑시설은 시내면세점과 명동, 공항면세점, 소규모상점, 동대문시장 등이 상위 5위안에 들었고,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반면 지난해 3분기에는 로드샵과 대형쇼핑몰, 백화점, 시내면세점, 대형마트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단체관광 중심에서 면세점이 필수코스였던 이전 방식 대신 내국인이 많이 찾는 쇼핑 시설을 외국인들도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한국 여행 중 좋았던 관광지'도 10년 전에는 서울 명동과 동대문시장, 고궁, N서울타워, 신촌·홍대 주변 순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명동과 홍대, 경복궁, 성수동, 강남역 등으로 국내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이른바 '핫플레이스'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실제 외국인의 한국 여행 방식은 과거 단체관광 중심에서 개별여행으로 옮겨갔다. 2015년 67.9%였던 개별관광객 비중은 10년 만인 지난해 3분기 79.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행사 상품 등을 이용한 단체여행객 비중은 26.2%에서 12.5%로 떨어졌다.
AI 통번역 기술 발달 "SNS 한국인 일상 공유"
관련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가 이 같은 변화를 재촉한 것으로 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연령을 불문하고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현지 문화를 파악하고, 검색 몇번으로 SNS에 올라온 다른 방문객의 여행 경험담도 수시로 접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이 관심 분야를 찾고 혼자서 여행 일정을 수립하기까지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짚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수는 1894만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548만명으로 1위였다. 중국인 연간 방문객 수는 10년 전(547만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위는 365만명이 다녀간 일본으로 10년 전 180만명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어 대만(189만명)과 미국(148만명), 홍콩(62만명)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대만은 방한 인원이 10년 전 51만명에서 세 배 이상 늘어 5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인의 미식 문화를 체험하려는 특징이 두드러졌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2025년 인바운드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많이 예약한 메뉴는 치킨(34%)이었고 간장게장(24%)과 디저트(13%)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또 장어를 주문한 외국인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33배, 갈비는 14배 상승하며 다양한 한식 메뉴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단순히 한국 방문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깊이 빠져들길 원한다"고 말했다.
유통가, 귀하신 몸 외국인 모시기
국내 유통업계도 외국인 개별 여행객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백화점 3사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체험 요소, 프로모션 등을 통해 고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에 K패션 전문관인 키네틱 그라운드를 열었다. 주요 타깃은 국내외 2030세대로 '마르디메크르디' '마뗑킴' 등 K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더바넷' '코이세이오' '노매뉴얼' '벨리에' '테토'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압축했다. 중국 인스타그램으로 통하는 '샤오홍슈'에 주기적으로 사은 행사와 인기 브랜드 소식을 전하면서 본점 구매 고객의 70%는 중화권 고객을 비롯한 외국인 방문객이 차지했다. 마뗑킴 매장 관계자는 "중국 고객이 90% 이상으로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글로벌 VIP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500만원 이상 쇼핑하는 외국인 우수고객(VIP)과 최상위 등급인 S-VIP(연 3000만원 이상) 외국인 고객 수·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본점 신세계스퀘어에서는 이달부터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K팝 아티스트 영상을 선보이고, 강남점 식품관에서 K푸드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백화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현대 서울에서 한국의 쇼핑과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4시간 코스의 환승 투어를 운영했다.
다른 오프라인 판매 채널도 외국인 특화매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공항철도로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점을 고려해 김, 과자, 커피, 견과류, 라면 등 인기 상품을 한데 모은 전용 공간(Must-Haves of Korea : K-Food)을 조성했다. 지난해 이곳 점포에서 외국인이 올린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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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객 테미씨는 "구글 리뷰나 SNS에서 한국 여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예쁜 옷을 비롯해 상권이 발달해 있고 화장품을 비롯한 미용과 의료 관련 시설이 잘 갖춰진 점도 한국 여행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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