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플레·기업 실적 예측 전문가보다 정확
명문대 출신에 고액 연봉을 받는 월가 주요 은행 및 투자 회사의 경제학자들보다 폴리마켓이나 칼시 등 온라인 예측 사이트에서 베팅하는 아마추어 도박꾼들의 경제 전망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칼시 베팅 참가자들이 특정 경제 지표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만큼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이나 인플레이션율 예측에서 아마추어들이 전문가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예측 시장은 참가자들이 돈을 걸고 결과를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스포츠 경기 결과부터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퇴진 시점 등 다양한 사건에 베팅하고, 예측이 적중할 경우 배당률에 따라 수익금을 받는다.
해당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조너선 라이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인 예측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케빈 워시 전 Fed 이사가 예측 시장에서 차기 Fed 의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을 눈여겨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데, 워시 전 이사는 과거 고금리를 옹호했던 이력이 있어 당시 전문가들은 그가 지명될 가능성이 작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 시장이 적중했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가 혼란스럽고 확신이 없더라도 예측해야 하는 전문가들과 달리, 베팅 참여자들은 확신이 있을 때만 예측하면 된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과 예일대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는 폴리마켓 베팅 참가자들의 기업 실적 예측 정확도가 애널리스트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에 참여한 테이스 젠슨 예일대 교수는 수천 명의 아마추어가 비교적 좋은 성과를 보인 이유는 인센티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낙관적인 전망에 소속 회사의 거래 수수료가 늘어나는 등 이해 상충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이들은 통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실적 전망치 발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예측 시장 참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예측 시장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첫 등장 했다. 당시 선거 결과나 세계적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는데, 전반적으로 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0년대 미국 규제 당국은 이들이 불법 도박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단속에 나섰다.
이후 유럽에서 일부 플랫폼이 계속 운영돼 왔는데, 스포츠 경기 예측이 주된 대상이었다. 정치·경제 관련 사안은 부차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스포츠 외 사안에 대한 베팅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정치·경제 관련 사안 예측에 걸린 베팅 금액은 6000만달러(약 865억원)를 넘는다.
예측 시장 분석 업체 스탠드의 에드워드 리즐리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거래 고객 중 다수는 자신이 베팅하는 분야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홍콩에 거주하는 한 이용자는 본업으로 엔비디아 주식을 매매하며 관세 관련 예측 시장을 헤지 수단으로 활용한다. 미 행정부의 대중 관세가 격화되더라도 치명타를 피할 수 있다. 리즐리 CEO는 "선거 결과에 정말 강한 사람들이 암호화폐에서는 별로인 경우가 많고, 암호화폐에 강한 사람이 지정학에는 약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JP모건의 정치 담당 직원, 국가별 전문가, 주식 리서처들의 방대한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더 정밀한 전망을 위해 예측 시장을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DC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항상 '예산안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며 "정량적인 답변을 얻으려면 종종 정말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예측 시장이 전문가를 웃도는 것은 아니다.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국내총생산(GDP) 예측 등에선 예측 시장이 전문가를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모니터링하거나, 대형 투자은행 리서치를 읽고 베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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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타라 싱클레어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일부 분야에서는 예측 시장이 전문가를 따라간다는 데 동의하며 여기에 예측 시장의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의 가치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해석과 전망 등에 있다. 만약 대중이 전문가를 대체하게 된다면 참고할 정보가 사라져서 베팅 참여자들은 결과를 맞히기가 어려워진다. 싱클레어 교수는 "지금은 개인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원이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을 대체해버리면 의존할 수 있는 정보원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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