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성형'에 빠진 청소년들
SNS 필터가 만든 또 다른 외모 강박
하관을 갸름하게 만들고 사각 턱을 줄인다. 광대를 축소하고 콧방울을 다듬은 뒤 눈을 키운다. 뽀얗고 분홍빛이 도는 필터를 입히면 '빗살무늬토기'처럼 매끈한 얼굴형이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몇 초 만에 이뤄진다. 이른바 '무료 디지털 성형'이다. 성형수술이 더는 특별하지 않은 시대, 이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필터와 보정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실시간 '성형'을 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물론 영상까지 자연스럽게 보정하면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디지털 성형 과몰입' 현상이 나타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연합뉴스는 최근 홍진경과 딸 김라엘 양의 SNS 게시물로 인해 청소년들의 '디지털 성형'에 대한 논란에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홍진경은 SNS에 딸의 보정 전후 사진을 공개하며 "그거 다 보정"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성형 의혹을 진화하기 위한 게시물이었다.
딸에게는 "네 인생 자체가 가짜야 지금" "생얼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라엘 양은 "이렇게라도 내 멘탈을 지켜야 해. 인간승리로"라며 장난스럽게 응수했다. 이어 "이 세상 메이투(보정 앱) 유저들을 조금 존중해줘"라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필터 공유해 달라"라는 댓글과 "자연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놀이 문화로 보는 시각과 우려하는 시선이 동시에 드러난 셈이다.
"원래 얼굴보다 보정이 더 좋아" 틱톡·인스타 필터로 실시간 얼굴 성형
실제 많은 10대가 대부분 보정 앱을 사용한다. 청소년들은 보정 앱을 사용하는 이유로 "셀카를 찍으면 얼굴이 길어 보이는 '오이 현상'이 있어서 보정은 기본" "눈·코·턱은 만지고 시작" "턱이 각져 보이면 사진 올리기 싫어요. 솔직히 원래 얼굴보다 보정 얼굴이 더 좋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최근에는 틱톡·인스타그램 필터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별도 앱 없이도 실시간 보정이 가능하다. 움직이는 영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적용돼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상태를 '외모 정병', 얼굴 권태기를 뜻하는 '얼태기'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한다. 웃어넘기는 유행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흔들리는 자존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멘털 지켜야" 놀이일까, 자존감 위기일까
이 가운데, SNS에는 "인스타그램 지우니까 외모 정병이 줄었다"는 글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청소년은 SNS 사용을 줄이면 외모 고민이 완화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로 "보정을 빼면 그건 내가 아니다"는 반응도 있다. 디지털 공간 속 '보정된 나'가 또 다른 자아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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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형은 단순한 외모 보정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장하고 있다. '지브리 프사'처럼 특정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친구들끼리 '사기 필터'를 공유하는 문화도 활발하다. 다만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필터가 만든 얼굴이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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