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활황 법인·소득세 예상치 상회 무게
추가 세수로 10조원 안팎 추경 가능성
일부 국채 동반한 추경 시 시장 부담 불가피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다음 달 법인세 신고를 기점으로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벚꽃 추경' 현실화 여부가 재정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대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초과 세수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원 여건이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다. 다만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근거와 확장 재정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재정경제부 및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과 증시 활황으로 3월 말 집계될 법인세 및 근로소득세 등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예산(한 해 예상치) 총 390조2000억원을 편성하고 법인세 86조5000억원, 소득세 68조5000억원이 각각 걷힐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증가 폭이 이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론의 출발점 역시 세수 여건 개선에 있다. 시장에선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 수입이 기존 전망 대비 3조~5조원, 많게는 7조~8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지수 역시 연일 고점을 경신하며 증권거래세 수입도 정부 전망치를 1조원 안팎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세수는 보수적으로 4조~6조원, 낙관적으로는 잡으면 10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정부 추경 논의가 10조원 규모로 가능할 수 있다는 데 다시 힘이 실리는 이유다.
추경, 경기 부양보다 '완충 장치'
세수 확대에 따른 추경 가능성은 정치적 부담도 상당히 줄어든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몇십조 원씩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방식이라면 재정건전성 훼손 논란을 완화할 수 있어 정책 추진 명분을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의 성격을 소비 회복이 더디고 청년 고용 지표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 상반기 재정 활용을 통해 하방 위험을 완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실화할 경우 이번 추경은 신규 대형 사업보다 기존 정책 보완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집행 속도가 빠르고 단기간 효과가 나타나는 문화·콘텐츠, 창업, 청년 고용 보강 분야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로봇 설루션 설계 및 로봇 표준화 플랫폼 구축 기업인 인천 연수구 브릴스를 방문, 대표이사로부터 제품설명과 생산공정 설명을 듣고 있다. 2026.2.5 연합뉴스
이는 규모는 작지만 체감도는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명확한 경기 침체 국면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편성 요건을 충족하는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추경 시점은 다음 달 말 법인세 신고·납부 이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가 예상치를 의미 있게 웃돌 경우 오는 4~5월 추경안 편성, 6월 국회 제출이라는 상반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국채 발행을 일부 동반한 제한적 추경도 배제할 수 없다. 세수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경기 관리 필요성이 커질 경우 5조원 안팎의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채 발행을 동반한 추경은 시장 부담이 존재한다. 실제 추경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초 연 2.9%대에서 이달 초 3.2%대까지 한 달여 만에 약 30bp(0.3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상황을 고려해도 국채 공급 확대 가능성이 선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5조원 안팎의 국채 발행이 추가될 경우 금리 변동성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어 정부는 추경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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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에 따른 물가 부담도 변수다. 최근 한국재정학회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 늘어날 경우 소비자물가가 최대 0.15%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재정 적자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중장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증가에 따른 추경 편성은 명분상에 가까울 수 있다. 이미 예산의 적자 편성을 해놓은 상황에서 최소 10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이 한 번에 풀릴 경우 지금의 환율로는 물가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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