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전시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다.", "거짓과 증오의 상징, 소녀상을 즉각 철거하라." 올 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이들을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모욕하는 집회를 열어왔던 보수 단체가 전면에 내세운 구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도 한계가 있다"며 "내 자유만큼 타인의 자유도 있고, 함께 사는 세상 공동체에는 질서와 도덕 법률도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 대목은 헌법적 가치인 행복 추구권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동등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금지법안이 힘을 받아 지난 5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야 협의를 거치며 결과적으로 법안 내용은 반쪽짜리가 됐다. 명예훼손을 금지만 했을 뿐 처벌 규정은 빠졌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예외 규정이 추가됐다. 허위사실을 발설해도 예술·학문·연구·보도의 목적이거나 이와 유사한 목적인 경우에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있는 허위사실 유포 처벌 예외 조항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복붙(복사해서 붙이기)'하며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한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정당한 표현의 자유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 헌법상의 기본권과 조화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을 상징하는 소녀상 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 역시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를 등에 업고 위안부 피해자를 겨냥해 혐오를 조장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모욕적인 표현이 반복될까 걱정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명백한 전쟁 피해이자 여성 인권의 문제가 정치적 이념 논쟁의 한복판에 있는 점이다.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는 일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공통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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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달리 적용하는 아전인수의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정당의 현수막을 허가·신고·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던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민주당 주도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 활동을 보장하겠다며 만든 법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나며 공을 들이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정치적 유불리에 매몰되고 마치 여야 간 거래 대상이 되는 듯하다. 혐오와 차별 등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언행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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