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소수 대형딜' 증가
딜 건수는 줄고, 밸류는 다시 높아져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지만 '검증된 후기 단계'에 집중되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부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조원 단위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으며 기업공개(IPO) 기대감을 키우는 반면, 딜 건수 자체는 줄어 시장 저변이 넓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스 20.5조·업스테이지 2조…"검증된 후기 기업에 돈 몰려"
9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중국 앤트그룹과 지분 교환을 완료하며 기업가치 20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앤트그룹이 보유한 토스페이먼츠 지분 전량을 확보하는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이번 거래에서 토스는 역대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록했다. 토스는 올해 1분기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미국 상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번지면서 관련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업 업스테이지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라운드에서 3000억원 조달을 추진 중이며, 최종 기업가치는 2조원 내외가 거론된다. 업스테이지는 이번 투자 유치와 함께 카카오 자회사 AXZ(다음)를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 퓨리오사AI도 시리즈D를 진행하며 2조원대 밸류에이션이 언급되고 있다.
후기 단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상승은 글로벌에서도 나타나는 흐름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시리즈D 이후 라운드의 투자 전 기업가치 중앙값은 2021년 고점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시리즈B와 시리즈C 라운드 밸류에이션도 2024년부터 재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오픈AI(챗GPT 운영사)와 앤스로픽(클로드 운영사)이 각각 수백억 달러를 조달하는 등 AI 기업들의 '메가 라운드'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벤처펀드도 '대형화'…초기보다 '스케일업'에 베팅
국내 펀드 시장도 대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후 결성됐거나 결성을 추진 중인 펀드 26개 중 30%가 1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벤처펀드 규모가 대형화되는 이유는 비상장 투자 전략이 스케일업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국내 벤처 딜은 91개, 규모는 3700억원으로 파악되는데, 이 중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13개,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5개였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IPO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금이 전 단계로 고르게 퍼지기보다는 특정 섹터·후기 단계에 집중되면서 거래는 줄고 밸류만 커지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펀드가 대형화될수록 운용사는 자연스럽게 자금을 '소수의 큰딜'에 배분하게 되고, 그 결과 유니콘 등 후기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먼저 뛰는 구조가 형성되기 쉽다. 초기·중기 단계의 투자 공백이 길어지면 초기 기업 육성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커진다.
"IPO 기대감 커지지만…밸류 조정 가능성도"
특히 증시가 반등 국면에 들어서며 IPO를 통한 회수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공모 수요가 따라붙지 못하면 프리IPO 밸류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반대로 공모, 인수합병(M&A) 등 회수 방안이 활성화되면 일부 유니콘의 조원 단위 밸류에이션에 설득력이 쌓일 수 있다.
정도영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 상무는 "올해 1분기에도 AI는 기업과 산업 전반의 운영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핵심 수단으로, 글로벌 벤처투자의 최우선 분야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투자 자금은 점차 검증된 기업으로 집중되고, 소규모 펀드와 신규 벤처펀드 조성 비중은 감소하는 한편 경험 많은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어 "국내는 모태펀드 존속 기간 연장 등 벤처투자 관련 규제 개선과 세제 지원이 추진되면서 AI 분야를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증시 상승을 기반으로 IPO 역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