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투자법인 신설 및 자산 이관 검토
테라파워 등 알짜자산 집결에 상장포석 전망도
SK하이닉스가 미국에 SK그룹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총괄할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AI 투자 역량을 한데 모아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재편하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SK그룹의 글로벌 AI 시장 선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혼재되는 분위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그룹의 AI 투자를 전담하는 해외 법인 신설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10조원 상당의 해외 AI 투자 자산을 신설 법인이 이관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 소형모듈 원자로(SMR) 업체 테라파워의 지분을, SK텔레콤은 미 생성형 AI 기업 퍼플렉시티와 앤트로픽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급변하는 AI 산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확산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AI 투자 법인을 신설하게 되면 해외 유망 AI 기술 및 스타트업에 대한 신속한 투자를 통해 그룹 전체의 AI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AI 생태계 내에서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약 미국에 설립될 AI 투자 법인이 그룹의 핵심 AI 투자와 사업을 전담하게 되고, 향후 단독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와 역행할 소지가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메모리 사업을 하는 제조 회사 밑에 AI 지주회사 같은 상이한 비즈니스를 두는 것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정상적이지 않다. 미국 같은 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장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미국 신설 법인이 현지 증시에 상장할 경우 중복상장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쿠팡이 한국 기업임에도 미국에 상장하고, 우리 정부와 마찰이 있을 때 미국 정계 인사들의 지원사격을 받는 등 미국 기업처럼 처우를 받는 것을 보면서 SK하이닉스도 뭔 느낀 게 있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주사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미국은 관세로 반도체 현지 투자를 압박하니, 미국 법인 신설을 추후 관세 면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전담 법인 신설이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단순화와 자산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자산을 한데 모으는 것은 지주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산 운용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과정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에 신설될 법인은 직접 제조나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업 회사'라기보다는 글로벌 유망 AI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 전략 컨트롤타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러한 투자 목적 특수목적법인(SPC) 성격의 자회사는 보통 상장 대상이 아니라 SK그룹의 기업 가치를 뒷받침하는 부속 조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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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AI 투자를 위한 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확정 시 또는 1개월 이내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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